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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미국 대선 북풍

입력
2016.10.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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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서 새는 바가지 들에 가도 샌다’는 옛말 그대로다. 첫 TV 토론에 나선 미국 공화당의 트럼프 대선 후보 이야기다. 상대인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발언 중임에도 사사건건 끼어드는 등 토론 내내 무례와 불평, 자기과시로 일관했다. 그가 성정(性情)을 숨기고 그나마 대통령 후보다운 품위를 지킨 시간은 전체 90분 중 첫 20분 정도에 불과했다. 발언도 대부분 사실과 동떨어진 것으로 언론의 팩트 체크(fact check)에서 드러났다. 트럼프의 일그러진 품성을 재확인한 것이 성과라면 성과다.

▦ 언론은 클린턴의 압도적 승리로 평가했다. 주요 증시가 상승하는 등 세계 경제지표도 안정적 모습을 보여 클린턴의 우세에 화답했다. 그러나 토론에서 이겼다고 해서 클린턴의 대선 승리 가능성이 높아졌느냐고 물으면 아직 ‘글쎄요’다. 매체마다 1~3% 포인트 부동층을 움직이는 효과를 점쳤지만, 전체 판세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다. 초창기 TV 토론처럼 ‘한방’을 기대하기 어려워졌기 때문인데, TV밖에 없던 과거와 달리 다양한 미디어 노출 기회가 많아져서다.

▦ 그래서 TV 토론보다는 대선 전달인 10월 막판 판세를 흔드는 대형 사건이 터진다는 ‘옥토버 서프라이즈(October Surprise)’에 더 관심이 쏠린다. 2000년 대선 때는 부시 후보가 텍사스 주지사 시절 음주운전으로 체포된 사실이 선거 닷새 전에 폭로됐고, 2004년에는 빈 라덴의 육성 영상이 공개되면서 안보심리를 자극, 박빙의 우세를 지키던 케리 민주당 후보에 치명타가 됐다. 오바마 대통령이 재선에 도전한 2012년에는 동부를 강타한 허리케인 샌디가 신속하게 대처한 오바마에게 승기를 보탰다.

▦ 2004년 대선을 앞두고 9월 초 북한 양강도의 ‘핵실험설’이 미국 대선판을 휘감았다. 버섯구름이 목격됐다는 미확인 보도는 북한이 선거 직전에 핵실험을 할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과 맞물려 걷잡을 수 없이 번졌다. 파월 국무장관이 공식 부인하고, 백남순 북한 외무상이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한 발파작업”이라고 밝혀 가까스로 수습됐다. 9일(핵실험 10주년)과 10일(노동당 창건일)을 전후해 북한이 미국이 레드라인이라고 경고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발사 실험에 나설 수 있다는 우려가 무성하다. 올 옥토버 서프라이즈의 주인공은 북한일까.

황유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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