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년 맛 훈제생선 샌드위치 ‘바니 그린그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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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년 맛 훈제생선 샌드위치 ‘바니 그린그래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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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10.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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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의 100년 전통을 자랑하는 샌드위치 가게 '바니 그린그래스'. 김신정 제공

뉴욕의 샌드위치 가게가 등장하는 가장 유명한 영화 속 장면은 ‘해리와 샐리가 만났을 때’에서 여주인공 샐리가 파스트라미 샌드위치를 먹던 장면일 것이다. 그 영화의 배경이 된 캇츠 델리와 지난주 79년의 역사를 접고 올해 말로 문을 닫는다고 발표한 카네기 델리는 훈제 고기를 얇게 썰어 10㎝ 정도로 높이 쌓은 샌드위치로 명성을 떨치며 뉴욕의 가장 유명한 델리로 역사를 함께해왔다.

또 다른 뉴욕의 유명한 델리로는 맨해튼의 북서쪽, 센트럴 파크와 리버사이드 파크 사이의 조용한 주거지역인 어퍼웨스트 사이드에 자리잡은 바니 그린그래스(Barney Greengrass)가 있다. 최근 몇 년간 간간히 들어선 주위의 시크한 상점과 레스토랑을 무심코 지나다 보면 옆 시야로 갑자기 튀어나오는, 지나치게 커다란 붉은색 상호에 멈칫하게 된다. 발걸음을 멈추고 안쪽을 들여다보면, 창문 안쪽으로 빛 바랜 사진들과 기사를 스크랩한 액자들이 빼곡히 진열되어 있는 것이 보인다. 그 너머로는, 몇 십 년은 거슬러 올라가는 듯한 뉴욕스러운 낡은 인테리어도 보인다. 카운터가 보이는 상점과 레스토랑으로 나눠진 이곳은 언제 가도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활기찬 기운이 느껴진다.

사실 이곳은 바니 그린그래스가 자신의 이름을 따서 1908년 할렘지역에 처음 문을 연, 10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뉴욕의 델리다. 1929년 86번가 위치로 옮겨 지금까지 같은 장소에서 3대째 그 전통과 명성을 지켜오고 있는데, 훈제 육류고기 샌드위치로 유명한 뉴욕의 다른 델리와 달리 바니 그린그래스는 최고의 염장, 훈제된 생선과 그 생선을 바탕으로 한 샌드위치와 오믈렛으로 유명하다. 샌드위치 빵으로 쓰는 베이글이나 비알리(베이글과 모양은 비슷하지만 더 얇고 부드러우며 잘게 썬 양파조각이 뿌려져 있는 빵) 또한 그 자체로 인정받을 만하다.

아직 동네가 조용한 시간인 주말 아침 8시. 바니 그린그래스가 문을 열자마자 사람들이 들어서기 시작한다. 가장 뉴욕적인 브런치를 즐기기 위해 삼삼오오 들어서는 관광객들과 뉴욕의 단골손님들의 두런두런 말소리로 이내 레스토랑이 가득 차고, 카운터 쪽에서도 손놀림이 빨라진다. 뉴욕의 브런치 아이템 중 하나인 ‘락스(lox)와 베이글’은 그 원조가 분명치는 않지만 대표적인 뉴욕 유대인 음식이자 가장 뉴욕스러운 브런치로 알려져 있다. 염장만으로 숙성시킨 연어를 일컫는 락스는 실크처럼 부드러운 질감으로 유명하다. 따뜻하게 토스트한 베이글에 크림치즈를 바르고, 포를 뜨듯 얇게 썬 락스를 올려 천천히 한입 베어 물면, ‘주말이구나!’ 하는 안도감을 느낄 수 있다.

이 외에도 바니 그린그래스에는 갖가지 염장, 훈제된 생선을 주재료로 한 오믈렛과 샌드위치도 변함없이 인기가 많다. 이 레스토랑에서 먹는 브런치는 미국 드라마에서 보고 상상하는 세련된 그것과는 상당한 차이가 있지만, 가장 뉴욕적인 브런치로 사랑 받고 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지 않더라도 상점에 진열된 다양한 염장, 훈제 생선과 피클, 샐러드 종류만 봐도 뉴욕의 색다른 식문화를 엿볼 수 있다. 카운터 너머의 친절한 점원의 도움으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가까운 파크에서 점심식사를 해도 좋을 듯하다. 아직도 현금 거래만을 고집하는 이곳은 계산을 하기 위해 계산대 앞에 서는 순간, 까만 스크린에 선명한 초록색의 숫자가 반짝이는 컴퓨터가 계산대 역할을 하는 드문 광경을 보며 다시 한번 몇 초간 시간 초월 여행을 하게 된다.

뉴욕에서 널리 알려진 곳이라면 어디든 많은 관광객과 비싼 가격에 대한 불평은 피해갈 수 없는 듯하다. 바니 그린그래스도 예외는 아니지만 관광객과 뉴요커 모두에게 3대째 변함없이 사랑 받는 곳에서 맛난 훈제 생선으로 만든 브런치라면, 적어도 한번은 경험해 볼 만하다.

김신정 반찬스토리 대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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