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년간 최고였던 비법은 헌신
카라얀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
다른 관점서 작품 보는법 배워”
1976년 8월 열세 살 소녀가 모차르트의 바이올린협주곡 4번을 들고 스위스 루체른페스티벌 무대에 올랐다. 혜성같이 등장한 소녀를 유심히 지켜본 사람은 거장 헤르베르트 폰 카라얀. 2년 후인 1978년, 그가 지휘하는 베를린 필과 녹음한 모차르트 바이올린 협주곡 3번·5번 앨범을 녹음하며 소녀는 음악계의 신데렐라가 됐다. 이후 70여장의 앨범을 발매하고, 네 번이나 그래미상을 받은 소녀는 안네 소피 무터(53), 바이올린계의 살아있는 전설이 됐다.
올해 데뷔 40주년을 맞은 무터가 14일 서울 예술의전당에서 리사이틀을 연다. 무터의 든든한 음악적 동지로 28년간 호흡을 맞춰 온 피아니스트 램버트 오키스와 함께 모차르트의 바이올린 소나타 A장조를 비롯해 레스피기의 바이올린 소나타, 생상의 서주와 론도 카프리치오소 등을 연주한다.
무터는 최근 한국일보와의 이메일 인터뷰에서 “(40년 최고의 자리에 선)그 어떤 비결이 있지는 않다”며 “무엇을 하든 헌신적으로 하는 제 성격 덕분”이라고 말했다. “제가 아이들과 함께 있으면, 아이들 외에 그 무엇도 중요하지 않아요. 공연을 하면 그 공연 외에 중요한 건 없죠. 음악인으로서는 조심스럽게 레퍼토리를 넓혀야 하고, 적절한 작품을 위한 알맞은 타이밍을 찾아야 하죠. 그러기 위해서는 훌륭한 조언자가 필요해요. 카라얀을 만난 건 엄청난 행운이었죠.”
신인시절 무터는 ‘카라얀의 여인’으로 불릴 만큼 절대적인 영향을 받았다. 첫 녹음 후 10여년 동안 공연과 음반 작업을 함께했고, 1989년 그가 세상을 떠난 후 자신만의 스타일을 찾는데 주력했다. 모차르트와 베토벤, 차이콥스키의 작품을 다시 녹음했고 현대음악에 이르기까지 방대한 레퍼토리를 섭렵하며 시간이 흐를수록 연주가 더 농익고 표현력이 풍부해졌다는 평가를 받았다. “카라얀은 쉴 줄을 몰랐어요. 다른 관점에서 작품을 바라보려고 최선을 다했죠. 매번 부딪히고 생각하면서 또 다른 시도를 할 준비를 했던 겁니다. 저도 그런 모습을 보며 노력하는 법을 배웠죠.”
이번 연주회의 핵심은 무터가 후원하는 첼리스트 김두민과 함께 하는 베토벤 피아노 3중주 ‘대공’이다. 무터는 “김두민과 한국에서 트리오 연주를 하고 싶었다. ‘대공’은 나와 김두민 그리고 한국 청중과의 관계를 나타내는 상징적인 곡”이라고 말했다. 1997년 “오늘의 저를 만든 카라얀처럼 멋진 선생님이 되고자” 젊은 음악가를 후원하는 재단을 만든 무터는 바이올리니스트 최예은, 비올리스트 이화윤과 김두민을 한국인 장학생으로 뽑아 후원하고 있다. 김두민을 “드라마가 있고, 열망이 있는 연주자”로 소개한 무터는 “연주자에게는 보장된 미래가 없기 때문에 장학생을 뽑을 때 통찰력, 영리함, 호기심을 본다. 아무 의견이 없는 사람 보다 제 생각에 반대되는 의견이라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이 낫다. 요즘 갈수록 그런 연주자들을 찾아보기 힘들다”고 덧붙였다.
“제 재단(무터재단)에 한국 학생들이 있어 한국에 인간적으로나 음악적으로나 호감이 갑니다. 예전 공연 때 보여준 열정적인 관객 호응도 감동이었고요. 한국 방문은 고향 가는 느낌이에요.” 1577-5266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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