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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칼럼] 한국의 백년대계는?

입력
2016.10.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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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훈 고려대 국제대학원 교수

미래형 젊은 인재를 어떻게 육성할까

새삼 깨달은 이웃 일본의 무서운 저력

지금이라도 인적 자원에 투자 서둘러야

9월 말 유럽에서 열린 2개 회의에 발표를 하러 다녀왔다. 먼저 비엔나에서 열린 회의는 300여명의 기업인이 모여 4차 산업혁명(Industry 4.0)의 의미와 그 대책에 관한 다양한 측면들을 논의하는 자리였다. 이어 참석한 파리에서의 국제회의는 유럽과 아시아 등 세계 각지의 학자들이 모여 ‘아시아’를 재음미하는 자리였다. 두 회의 참석을 계기로 ‘과연 우리나라는 미래에 대한 준비를 얼마나 하고 있는가 하는 의문을 강하게 갖게 됐다.

4차 산업혁명에 대한 고민은 올해 세계경제포험(WEF)의 대주제 중 하나일 정도로 세계적으로 커다란 관심을 불러 일으키고 있으며, 필자가 참석한 회의에서도 오스트리아 기업인들을 중심으로 기술적, 기업적, 사회적 측면 등 다양한 분야의 전망을 내놓고, 세부 분야별 대책을 논의했다. 그 중에서도 필자의 뇌리에 깊이 박힌 토론은 한 기업인이 던진 “그러면 과연 4차 산업혁명을 짊어질 젊은 인재들은 어떠한 자질을 가져야 하며 우리는 그들을 어떠한 방식으로 교육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따른 것이었다. 파리 회의에서 ‘아시아’라는 기본축을 중심으로 광범위한 주제를 심도 있게 논의하는 과정에서도 그리 다르지 않았다. 각국 정부와 기업인의 미래를 향한 노력과 함께 무엇보다 우리의 이웃이자 우리가 극복하려고 노력해 온 일본이라는 나라의 저력을 톡톡히 실감할 수 있었다.

프랑스가 자랑하는 CNRS (프랑스국립과학연구센터)에서 개최된 이번 회의를 주관한 학자가 이 기관에서 아시아 프로그램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일본학자였다. 게다가 개인적으로 소개받은 또 하나의 아프리카 프로그램 담당자도 박사과정을 밟고 있는 일본학생이었다. 필자가 짐작하건대, 이 두 일본인은 국가의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한 일본 정부의 장기적이고도 지속적인 관심 속에서 자신의 역량 강화와 국가의 이익실현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매우 효과적으로 추구하고 있었다.

위의 두 경험은 선진국들이 백년대계를 짐작 이상으로 철저히 준비하고 있으며, 그것이 비단 정부기관에 국한되지 않고 민간 기업에서도 적극적으로 행해지고 있음을 깨닫게 했다. 오스트리아 기업인들은 자신이 운영하는 기업이 과연 4차 산업혁명 시대에서도 살아 남을 수 있는 것인가에 일차적 관심을 기울였지만, 그에 그치지 않았다. 그들은 한 걸음 더 나아가 미래 세대가 먹거리를 확보해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는 길이 무엇인가, 즉 미래 세대를 위한 사회적 책임을 처절히 고민하고 토로했다. 사회적 과제로서의 교육의 방향과 방법을 전문가들과 논의하면서, 기업경영과 사회변화 사이의 활발한 소통을 통해 국가발전에 대한, 또 그에 필요한 인재양성이라는 과제에 대한 기업의 기여방안을 모색하고 있었다. CNRS에서 일하는 일본 젊은이들은 공히 일본국제교류재단이라는 국가기관의 든든한 장기 지원을 받고 있었다. 아프리카 프로그램 담당자는 자신이 일본에서 학부를 다니다가 중간에 아프리카로 유학 가서 학부와 석사과정을 마치고, 이제 프랑스에 와서 박사과정을 하고 있노라고 얘기했다. 일본 정부의 예산이 지속적으로 그의 노력을 뒷받침해 주고 있었던 셈이다.

필자의 뇌리에는 ‘돈은 이렇게 써야 한다’는 매우 단순하면서도 평범한 진리가 떠올랐다. 우리가 기업의 돈을 출연하면서까지 미르재단, K스포츠재단 등의 실체가 불분명한 기관을 만들고, 그 돈이 어디서 어떻게 나왔는지를 두고 국회까지 치열한 공방에 나서는 국가적 에너지 낭비를 하고 있는 사이에, 일본은 차근차근 미래를 바라보면서 인재양성을 위한 투자에 제대로 나서고 있었던 것이다. 지난 3월 발표된 생리ㆍ의학상 분야 노벨상을 2년 잇달아 일본인이 수상했다는 소식을 접하면서도 그와 같은 성과가 과연 한국의 현재 시스템에서 가능할까 하는 의문부터 들었다. ‘비정상의 정상화’를 위한 길은 멀고도 험하지만, 천리길도 한 걸음부터라고 지금이라도 백년대계를 위한 큰 걸음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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