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평창동계올림픽을 치르기 위해 공사 중인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가 각종 비리로 얼룩졌다. 검찰 수사 결과 뇌물을 받고 설계변경을 수주하게 해주고 친인척 회사에 일감을 몰아주는 등 복마전(伏魔殿)이나 다름 없었다.
춘천지검 원주지청(지청장 김현철)은 4일 원주~강릉 고속철도공사 설계변경을 하도록 해주는 대가로 업체로부터 뇌물을 받은 혐의(특가법위반 등)로 철도시설공단 전 본부장 A씨와 처장 B씨 등 4명을 구속했다. 검찰은 또 한국철도시설공단 전 강원본부 부장 C씨 등 10명을 뇌물수수 등 혐의로 각각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원주~강릉 11-2공구 철도 공사 설계변경을 맡은 회사 실사주로부터 ‘설계 변경비를 올려 달라’는 청탁을 받고 지난해 10월 2일과 올해 1월 8일쯤 두 차례에 걸쳐 3,500만원의 뇌물을 받은 혐의를 받고 있다. A씨는 이 과정에서 지난해 6월 오류가 확인돼 원청업체에 설계변경을 지시해야 함에도, 건설업체 K사에 설계변경을 맡겨 공단이 재설계비용 4억 3,596만 9,000원을 지급하게 했다.
철도공단 전 강원본부 처장 B씨와 부장 C씨 역시 설계변경 수주를 도와주는 대가로 각각 2,500만원과 500만원을 각각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지위를 악용해 친인척이 근무하는 회사에 일감을 몰아준 구태도 검찰 수사를 통해 드러났다. 철도시설공단 강원본부 전 처장 L씨는 2014년 시공사 현장소장들로부터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을 받고 자신의 삼촌이 이사로 있는 Y전력에 7억 5,000여 만원 상당의 전기공사를 주도록 한 혐의로 구속됐다.
검찰 관계자는 “철도공단 고위간부들이 공사를 관리·감독할 수 있는 지위를 악용해 특정 업체에 일감을 주는 대가로 뇌물을 받고, 해당업체는 뇌물로 사용할 비용과 이익을 남기고 일감을 다시 하도급 줘 부실시공 우려를 낳게 하는 불법의 고리를 엄단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A씨가 수뢰한 금액과 D씨와 공범들이 편취한 설계변경비는 범죄로 얻은 이익에 해당하므로 몰수·추징 등을 통해 환수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원주~강릉 고속철도 공사 현장에서 벌어진 비리는 이 뿐만이 아니다.
대전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이달 초 원주~강릉 복선전철 매산터널 굴착 과정에서 측량 오류로 당초 설계도상 위치와 달리 터널을 시공하고, 이를 은폐하려 한 혐의로 시공사 관계자 등 15명을 무더기 입건했다. 앞서 지난 5월 서울중앙지검은 원주~강릉 복선전철의 입찰 비리로 시공사 관계자 3명을 구속 기소했다. 지난해 말 국민권익위원회는 대관령 터널 구간에서 공사비 과다 청구 사례를 적발하기도 했다.
박은성 기자 esp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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