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작진의 참신한 아이디어 배제
강호동식 낡은 웃음코드에 의존
저조한 인기에도 위기의식 없어
개편 때마다 ‘동네북’처럼 거론됐다. 가장 비싼 몸값의 진행자와 적어도 10여명의 출연자들이 포진했으니 만만치 않은 제작비를 감당해야 했다. 믿었던 시청률은 방영 내내 단 한 번도 10%를 넘어본 적이 없다. 설상가상으로 광고까지 붙지 않아 예능국의 골치덩이로 전락했다. 그렇게 3년 6개월을 버텼다. 지난 2013년 강호동을 내세워 시작한 KBS2 예능 프로그램 ‘우리동네 예체능’(‘예체능’)이 4일 방송을 끝으로 결국 폐지됐다. ‘예체능’의 부진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지상파 방송의 문제점을 고스란히 노출하면서 해결책이나 대안이 없는 현실을 확연히 드러낸다.
일단 KBS는 강호동의 ‘상업성’을 오판했다. 2011년 탈세 의혹을 받고 ‘잠정 은퇴’한 강호동이 활동을 재개하며 출연한 프로그램 MBC ‘황금어장-무릎팍도사’와 SBS ‘일요일이 좋다-맨발의 친구들’, KBS2 ‘달빛 프린스’는 줄줄이 폐지됐다. 탈세 의혹으로 시청자들의 신뢰를 저버린 그가 웃음을 주기엔 무리였다. 여럿 패널들을 좌지우지하는 이기적인 웃음 코드도 구식이었다. 그런데도 KBS는 ‘달빛 프린스’가 폐지되자 ‘예체능’ 제작에 들어갔다. PD들이 프로그램을 기획한 이후 고정 출연자를 정하는 게 아니라 아예 강호동의 출연을 전제로 한 일명 ‘강호동 프로젝트’였다. 제작진의 참신한 아이디어는 애초에 배제됐고, 강호동을 위한, 강호동에 의한 프로그램을 만드는데 사활을 걸었던 셈이다.
강호동 스스로도 위기를 인정했지만 KBS만 깨닫지 못했다. 지난해 3월 열린 ‘예체능’ 100회 기자회견장은 엄숙하다 못해 숙연했다. 강호동의 위기에 대해 취재진의 날 선 질문이 오갔고 강호동 역시 진땀을 흘렸다. 굳이 기자회견까지 연 KBS는 결국 제작진과 출연자 모두를 민망하게 만들었다.
강호동은 현재 출연 중인 JTBC ‘아는 형님’과 올리브채널 ‘한식대첩 4’에서 납작 엎드린 모양새다. 자신을 드러내기 보다 다른 출연자에게 발언의 기회를 더 준다. KBS의 실수를 여러 방송사들이 반면교사 삼은 게 아닐까.
‘예체능’의 출범을 주도했던 이예지 PD는 지난해 6월 KBS를 퇴사했다. ‘대국민 토크쇼 안녕하세요’ 등으로 재능을 인정 받은 이 PD 등 KBS 스타 PD들의 이탈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KBS의 제작 지원이 아쉽다” “시청률 외에는 신경 쓰는 게 없다” 는 일선 PD들의 호소가 메아리 없는 아우성이 된지 오래다. ‘예체능’의 폐지는 지상파 몰락의 여러 전조 중 하나다.
kis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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