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간 7차례, 지난달 신고전화 22건…“이제 예방순찰 나서야”
“울산, 김해, 양산서 순환 수렵 허용하자 부산 쫓겨와”
부산 도심에서 최근 2주간 멧돼지가 7차례나 출몰해 시민 불안이 커지고 있다.
4일 오전 1시쯤 부산 사상구 주례동 보훈병원 일대에 멧돼지 1마리가 나타났다는 주민들의 신고가 10여차례 접수됐다. 경찰은 일대를 수색해 멧돼지가 한 아파트 공터 앞을 지나가는 것을 발견하고 실탄을 1발 쏴 포획을 시도했지만 실패했다.
지난달 26일 오후 9시 49분쯤에는 북구 덕천동 한 아파트에 무게가 110㎏ 가량이나 돼 보이는 대형 멧돼지가 나타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과 소방대원들이 수색에 나섰으나 역시 포획하지 못했다. 같은 시각 금정구 노포동에서도 멧돼지가 출몰, 택시와 충돌한 후 산으로 도주했다.
앞서 같은 달 24일 오전 3시쯤에도 연제구 반송로에서 30~40㎏ 정도 무게의 멧돼지가 출몰, 시민 성모(65ㆍ여)씨와 부딪힌 뒤 달아났다. 이틀 전인 22일 오전 3시 56분쯤에도 부산진구의 한 아파트 뒤편 산복도로에 1마리가 나타나 경찰이 순찰차로 뒤쫓다 멧돼지를 몇 차례 들이받기도 했지만 순식간 진로를 바꿔 사라졌다. 같은 달 10일 새벽에도 사하구 동주대 후문 인근에 멧돼지 1마리가 서성인다는 신고가 접수돼 경찰이 실탄 2발을 쏘며 포획에 나섰지만 실패했다.
통상 멧돼지는 먹이가 부족한 겨울에 출몰하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최근엔 이른 가을에도 자주 나타나고 있다. 이달 들어 부산에서만 멧돼지 관련 신고 전화가 22건이나 접수됐다.
최인봉 부산시 유해조수포획단장은 “번식기를 앞두고 멧돼지들의 먹이 활동이 가장 왕성한 시기인데다 울산, 김해, 양산 등 인근 도시에서 순환 수렵을 허용하면서 그곳에서 도망친 멧돼지가 부산으로 몰려 자주 도심에 나타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호랑이 등 천적이 사라지고 번식력도 좋아 개체 수는 점점 늘어나고 있다. 환경부 조사결과 전국의 멧돼지 서식밀도는 2013년 100㏊당 4.2마리에서 지난해 5마리로 늘었다. 야생 멧돼지의 적정 개체 수인 100㏊당 1.1마리를 넘어선 지 오래다. 현재 전국 야생 멧돼지 개체 수는 30만마리로 추산된다.
최 단장은 “3, 4년 전까지 부산에서 서식하는 멧돼지 수는 200마리 정도로 추산됐는데 올해는 약 700마리까지 늘었다”며 “아마 내년에는 1,000마리를 훌쩍 넘길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최 단장은 멧돼지 피해를 줄이려면 예방활동이 우선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재 우리 포획단은 신고가 들어와야지만 출동을 해 멧돼지를 잡을 수 있는 시스템”이라며 “인명피해로 이어지기 전에 자주 출몰하는 지역에 일정기간 예방 순찰을 하는 등의 활동을 벌여야 하며, 개체 수를 줄이기 위해 시 차원의 대책도 세워야 한다”고 말했다. 전혜원 기자 iamjh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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