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양한 6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실종된 것처럼 꾸민 양부모와 그 동거인이 경찰에 구속됐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아동학대치사 및 사체손괴 혐의로 양아버지 주모(47)씨와 양어머니 김모(30)씨, 동거인 임모(19ㆍ여)씨를 구속했다고 4일 밝혔다.
서중석 인천지법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열린 구속 전 피의자심문(영장실질심사)이 끝난 뒤 “도망할 염려가 있다”며 영장을 발부했다.
경찰은 전날 이들에게 살인죄를 적용해 영장을 신청했으나 인천지검은 살인의 증거가 부족하다고 판단해 이날 죄명을 아동학대치사로 바꿔 영장을 법원에 청구했다.
이들은 지난달 28일 오후 11시쯤 경기 포천시 신북면의 한 아파트에서 주양이 식탐이 강하고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다음날 오후 4시쯤까지 17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또 지난달 30일 오후 11시쯤 주양의 시신을 포천시 영중면 한 야산으로 옮겨 불에 태워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 조사 결과 이들은 주양이 숨지자 “아동학대치사의 경우 징역 30년형까지 받을 수 있다”면서 범행 은폐를 모의한 것으로 드러났다. 주씨와 임씨는 주양이 숨진 날 아침에도 전날부터 묶여있던 주양을 신경 쓰지 않은 채 출근했다. 주부인 김씨도 딸을 묶어둔 채 외출해 치과치료를 받고 일자리를 알아본 것으로 확인됐다.
주씨는 이날 오후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위해 법원으로 이동하기 전 남동서 앞에서 만난 취재진이 “딸에게 할말이 없느냐”고 질문하자 “미안하게 생각한다”고 짧게 답했다. 김씨는 “왜 학대했느냐”는 등 물음에 입을 열지 않았다. 경찰은 당초 이날 이들의 얼굴을 공개할 예정이었으나 죄명이 아동학대치사로 변경되면서 이들에게 모자와 마스크를 착용시켰다.
경찰은 구속된 이들을 상대로 보강 수사를 이어갈 방침이다. 경찰 관계자는 “피해아가 올해 1월 한 달간 다니던 어린이집을 그만둔 이후로는 외부인과 접촉이 거의 없었다는 이웃주민들의 진술 등을 토대로 아동 학대가 예전부터 있었다고 보고 수사 중”이라며 “살인 혐의 입증을 위한 수사도 계속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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