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복무는 흙수저가 아니라 인생의 자신감
“얼마든지 피할 수 있었던 군 복무를 통해 자신감을 얻었어요.”
육군 제2작전사령부 소속 김준연(24) 병장은 4년 전 징병검사 때 갑상샘 수치가 급격히 나빠져 군복무를 면제받았다. 초등학교 때 앓았던 갑상샘항진증이 재발한 탓이다. 어려서부터 축구와 육상을 즐기면서 나름 스포츠맨이라고 자부했기에 전혀 예기치 못한 ‘사건’이었다.
어쨌든 병역의무에서 벗어나자 기회가 생겼다. 남들보다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해 평소 바라던 호주로 건너가 1년간 돈도 벌고 영어 실력도 쌓았다. 하지만 외국인 친구들은 “한국인이면 당연히 군대를 다녀왔겠네”라며 그에게 이것저것 물어보기 일쑤였다. 이때부터 군 복무가 죄책감처럼 머릿속에 맴돌았다. 김 병장은 4일 “당당하게 대답하지 못해 부끄러웠다”고 말했다.
2014년 한국으로 돌아왔지만 무언가 삶의 전환점이 필요했다. 무엇보다 대한민국 남성으로서 앞으로 당당하게 살아가고 싶었다. 그래서 갑상샘 질환을 치료하고 징병검사를 다시 받아 지난해 5월 현역으로 입대했다. 주변에서는 극구 만류했지만 후회는 없었다.
선택은 적중했다. 김 병장은 지난 3월 특급전사에 선발됐고, 지난달 국방부가 주최한 안보비전발표대회에서 대상을 받았다. 함께 출전한 동료들과 상금 1,000만원을 7일 전쟁기념관에 기부할 예정이다. 내년 2월 전역하는 김 병장은 “사회에 나가면 이전과는 다른 각오로 멋진 내 인생을 만들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병무청은 이날 자진 입대해 모범적으로 군생활을 하는 병사 100여명을 초청해 격려했다. 김 병장처럼 징병검사에서 질병으로 면제 또는 보충역 판정을 받았지만 병을 고치고 현역으로 입대했거나, 외국 영주권자여서 37세까지 입영을 연기하면 병역 의무에서 벗어날 수 있는데도 군 복무를 선택한 병사들이다. 그 수가 올해 들어서만 602명에 달한다.
박창명 병무청장은 “자원입대해 모범적으로 복무하고 있는 장병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며 “앞으로도 자원 병역 이행자에 대한 다양한 우대정책을 발굴해 추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광수 기자 rolling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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