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을 엉뚱한 공항에 보내는 영화 ‘나홀로 집에’의 한 장면이 현실에서 재연됐다.
지난 8월 17일(현지시간) 도미니카공화국 시바오 국제공항을 출발한 비행기를 홀로 타고오는 아들 앤디(5)를 미국 뉴욕 JFK국제공항 입국장에서 기다리던 어머니 마리벨 마르티네즈는 어이 없는 상황에 직면했다. 비행기가 착륙한 지 2시간이 흘렀지만 아들이 모습을 드러내지 않은 것이다. 혹시 유괴라도 당한 것은 아닌지 다급해진 마르티네즈는 곧바로 해당 항공사인 제트블루 직원에게 도움을 요청했다. 다행히 “앤디가 도착해있다”는 소식을 듣고 허겁지겁 달려갔지만 놀랍게도 그곳에는 생전 처음보는 남자 아이가 서있었다. 항공사의 실수로 시바오 공항에서 출국한 두 아이의 행선지가 뒤바뀐 것이다.
사고수습에 나선 항공사는 얼마 후 앤디가 뉴욕이 아닌 345㎞가량 떨어진 보스턴 국제공항에 도착해 어머니를 찾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르티네즈 앞에 나타난 익명의 소년을 잃어버린 부모 또한 보스턴 공항에서 애를 태우고 있었음은 물론이다.
3일 영국 인디펜턴트는 최근 마르티네즈가 제트블루항공사에 대해 당시 두 아이의 출국수속을 소홀히 해 입게 된 정신적인 피해 배상을 요구하는 소송을 제기했다고 보도했다. 도착예정 시간 후 3시간이 지나도록 아들의 목소리조차 전화로 확인할 수 없어 엄청난 스트레스에 시달렸으며, 이에 대한 충분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그의 변호인은 “이처럼 어처구니 없는 사고가 절대 다시 발생해선 안된다는 점을 확인하기 위해 법적대응을 했다”라며 “항공사는 부끄러운줄 알아야 한다”고 밝혔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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