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이 검사나 수사관을 사칭해 13억원대의 전화금융사기(보이스피싱) 범행을 주도한 중간 관리자급 20대 조직원에게 중형을 선고했다. 점조직 형태의 계획 범행으로 다수에게 피해를 입혀 사회적 폐해가 큰 만큼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서울중앙지법 형사12단독 박평수 판사는 컴퓨터 등 사용사기 혐의로 기소된 보이스피싱 조직 서열 2위인 유모(27)씨에게 징역 6년을 선고했다고 4일 밝혔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조직원 이모(38)씨와 강모(37)씨에게는 징역 3년 6월과, 2년 6월이 실형이 각각 선고됐다.
유씨 등은 2014년 2월부터 중국 옌지(延吉)시에 있는 콜센터 사무실에서 피해자들에게 전화를 걸어 검사와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대포통장을 개설한 가해자냐”고 물으면서 겁을 줬다. 그러면서 피해자의 개인정보를 빼낼 목적으로 만들어진 가짜 검찰청 사이트에 접속하게 해 주민등록번호와 계좌번호 등을 입력하게 한 뒤 공인인증서를 발급받아 피해자 계좌에서 돈을 인출했다. 유씨 등은 이런 수법으로 지난해 1월까지 총 45회에 걸쳐 13억 6,700여만원을 가로챘다.
유씨는 조직 유인책으로 활동하면서 한국인 전화상담원 교육과 생활관리 등 콜센터 조직을 전반적으로 운영하며 조직 2인자 노릇을 했다. 조직원 이씨와 강씨는 검사나 검찰 수사관을 사칭해 전화를 돌리며 개인정보를 빼내는 역할을 맡았다.
박평수 판사는 유씨에게 “피해자가 다수이고 빼돌린 금액이 거액인데도 피해자들과 합의하거나 피해 회복을 위해 노력한 흔적을 찾을 수 없고, 범행을 부인하거나 축소하는데 급급했다”고 비판했다. 박 판사는 나머지 두 사람에게는 “직접 피해자를 속이고 수당도 피해 금액에 비례해 받는 유인책 역할을 맡는 등 범행 가담 정도가 가볍지 않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앞서 보이스피싱 사범에 대한 엄단 의지를 드러냈다. 대검찰청은 3일 통장만 개설해준 단순가담자에게도 징역 5년 이상을 구형하고, 주범은 최대 15년을 구형하는 등 가담자 전원을 구속수사하고 법정 최고형을 구형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손현성 기자 hsh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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