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 개발 연루 혐의를 받고 있는 중국 훙샹(鴻祥)그룹이 사실상의 가족기업이며 관련자 모두가 대북 문제에 연루돼 처벌받을 것으로 보인다.
4일 대북 소식통과 중국 매체들에 따르면 마샤오훙(馬曉紅) 훙샹그룹 총재의 언니ㆍ오빠, 시어머니, 남편 등은 모두 그룹 계열사의 임원이거나 그룹 관련 투자ㆍ책임자다. 이에 따라 중국 당국은 마샤오훙 뿐만 아니라 가족들도 모두 체포 또는 조사하고 있다. 앞서 공안당국은 마샤오훙과 회사 관계자들을 ‘중대 경제범죄’ 혐의로 조사중이라고 밝힌 바 있어 이들 마샤오훙 가족들도 중징계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 대북소식통은 “훙샹그룹 내 대부분의 법인은 마샤오훙 소유이지만 경영이나 투자 쪽에는 가족들이 상당수 관여돼 있다”면서 “이는 대북사업에서 모두 한 배를 타고 있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훙샹그룹 법인 대표는 마샤오훙이며 훙샹물류ㆍ훙샹무역상담ㆍ훙샹국제여행사ㆍ류경호텔 등을 소유하고 있다. 랴오닝훙샹국제화운대리유한공사의 법인대표와 감사는 각각 마샤오훙의 언니와 오빠다. 북한 해킹부대 연루설에 휩싸인 칠보산호텔의 법인대표는 마샤오훙의 남편으로 추정되고 있다.
마샤오훙 가족들이 각종 계열사에 관여하면서 해외에서도 유령회사를 차려 수익을 은폐했을 가능성도 제기된다. 일각에선 훙샹그룹이 조세회피처인 영국령 버진아일랜드 등에 유령 자회사 22개를 설립해 1억1,000만달러(약 1,214억원)를 빼돌렸으며, 중국 세무당국이 올 초부터 관련 사실을 추적해오다 대북사업 의혹이 더해진 것이란 얘기도 나온다.
훙샹그룹은 장성택 사망 후에도 다른 실세와 밀착해 승승장구해온 것으로 전해진다. 장성택과의 친분으로 큰 이익을 얻어온 마샤오훙은 장성택이 처형된 2013년에 6,918만위안(약 114억원)의 손실을 봤지만 이듬해 곧바로 1,570만위안(약 25억원)의 흑자로 전환했다. 중국 언론들은 마샤오훙의 기사회생이 장성택을 대신할 다른 실세 인물로 말을 갈아타는 데 성공했기 때문으로 추정했다.
대북 소식통은 “칠보산호텔의 경우 북중합자기업으로 북한이 경영권을 갖고 있었으나 나중에 훙샹실업이 경영을 맡게 됐다”면서 “북한이 해외 지주사를 경영할 경우 문제가 있을 수도 있겠지만 마샤오훙에 대한 북한의 신뢰가 그만큼 컸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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