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권 수익률, 통상 금리와 반대
美ㆍ日ㆍ유럽 투자 매력 잃었지만
인도ㆍ브라질 등 신흥국 채권 눈길
국내 채권형 펀드 수익률 2.04%
해외 채권형은 6.43% 고공행진
금융기관 통한 매수도 급증세
저금리 장기화로 각종 투자자산의 수익률이 너나 없이 가라앉으면서 올 들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좋았던 해외채권형 펀드에 갈수록 뭉칫돈이 몰리고 있다. 하지만 채권 수익률이 통상 금리수준과 반대로 움직인다는 점에서 조만간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을 앞둔 시점에 해외채권 투자를 망설이는 사람도 적지 않다. 전문가들은 ‘고금리 매력’이 여전한 신흥국 채권에 당분간 투자금이 계속 몰릴 걸로 전망하고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들어 지난달 30일까지 해외채권에 투자하는 144개 해외채권형 펀드에는 모두 1조984억원이 순유입됐다. 비록 국내채권형 펀드 순유입액(7조3,747억원)에는 못 미치지만 2013년 1조5,000억원의 자금이 빠져나가는 등 지난 3년간 계속 순유출 흐름을 보였던 데 비하면 엄청난 반전인 셈이다. 특히 올 들어 각각 8조원과 5,000억원 이상씩 투자금이 순유출된 국내주식형, 해외주식형 펀드와 비교하면 주식형 펀드에서 빠져나온 자금이 채권형으로 몰리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이런 인기의 배경은 무엇보다 높은 수익률이다. 올해 연초 이후 해외채권형 펀드의 수익률은 6.43%에 이른다. 갖가지 대내외 악재로 주식시장이 높은 변동성을 보이면서 예ㆍ적금 금리에도 못 미치고 있는 국내외 주식형 펀드 수익률은 물론, 2.04%에 그치는 국내채권형 펀드 수익률과 비교하면 매력이 상당하다. 펀드평가사 제로인에 따르면 설정액 50억원 이상 해외채권형 펀드 44개 중 연초 이후 수익률이 플러스(+)인 펀드는 37개나 되고 이중 11개는 10% 이상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때문에 최근엔 금융기관을 통해 직접 해외채권을 매수하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신한금융투자의 지난 8월 해외채권 판매량(약 600억원)은 올 1월(57억원)보다 10배 이상 급증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해외채권을 직접 투자하면 만기에 해당 통화로 투자수익률이 반영된 원리금이 지급된다”며 “만기 전에라도 금리가 낮아져 채권가격이 오르면 중간 매도를 통해 추가 수익을 추구할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채권 수익률은 통상 금리와 반대로 움직인다. 마이너스까지 내려간 유럽ㆍ일본 등 채권이나 조만간 금리인상을 앞둔 미국 채권은 그래서 당분간 투자 매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반면 신흥국 채권은 현재 금리 수준이 높은데다, 향후 금리가 인하될 경우 추가 수익도 노릴 수 있어 자산가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NH투자증권은 최근 인도, 인도네시아, 브라질, 칠레 등 신흥국 채권 투자를 추천하고 있다. 선진국 채권금리 하락으로 전세계 투자자들의 수요가 증가하는데다, 각각 구조개혁 의지가 강해 변화가 기대되는 지역이라는 이유에서다.
실제 인도의 10년 만기 채권 금리는 지난달 28일 기준 연 6.79%고, 칠레와 인도네시아는 각각 4.19%와 6.89%다. 브라질 채권은 무려 11.74%에 달한다. 특히 브라질의 경우, 지우마 호세프 대통령 탄핵 후 취임한 미셰우 테메르 대통령이 지난달 25개 대형 인프라 사업 계획을 발표하면서 각종 규제 철폐 등을 약속해 투자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신환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이르면 연말부터 향후 2~3년에 걸쳐 금리가 하락하는 추세에 접어들 것”이라며 “현 수준에서 브라질 채권의 장기투자 매력이 크다”고 전망했다.
환차익까지 노릴 수 있는 ‘달러 표시’ 해외채권형 펀드도 속속 출시되고 있다. 삼성자산운용은 아르헨티나 등 신흥국의 달러 표시 통화 채권에 투자하는 ‘누버거버먼 이머징 국공채 플러스펀드’를 최근 출시했다. 이는 아시아ㆍ유럽ㆍ라틴아메리카ㆍ중동아프리카 등 4개 지역 66개국의 달러 표시 채권에 분산 투자해 안정적인 수익을 추구한다. 증권업계 관계자는 “달러 표시 해외채권형 펀드는 미국의 금리인상으로 달러화가 강세를 띠면 환차익도 누릴 수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기대 수익률이 높은 해외채권형 펀드를 비과세 혜택을 주는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에 편입시킬 경우, 다른 투자상품보다 더 큰 효과를 볼 수 있다고 추천한다.
다만 국가나 기업 등 발행주체의 상황에 따라 부도나 지급불이행 사태를 겪을 수 있는 채권 자체의 위험과 환율 변동 위험은 투자 시 반드시 감안해야 한다. 최근 수년간 브라질 국채에 투자했다 헤알화 폭락으로 막대한 환차손을 입은 국내 다수 투자자들이 대표적인 사례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개인이 직접 투자하는 것보다는 자산관리 전문가와 상담을 통해 투자기간과 예상수익 등을 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이대혁 기자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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