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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기관 해외 빌딩 사냥에 ‘폭탄 돌리기’ 경보음

입력
2016.10.04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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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금리에 증권ㆍ보험사 등 투자 붐

해외 부동산 펀드 잔액 작년보다 59%↑

공모펀드엔 개인들도 뛰어들어

美 금리 인상 땐 매각 난항 가능성

게티이미지뱅크
게티이미지뱅크

최근 시장 동향을 살펴보기 위해 호주를 방문한 국내 A공제회의 대체투자 실무자는 현지 자산운용사 관계자로부터 “한국 금융기관의 ‘묻지마 투자’가 호주 부동산 시장에 거품을 키우고 있다”는 말을 들었다. 현지 관계자는 지난 6월 국내 B증권사가 호주 시드니 소재 오피스 빌딩을 약 1,000억원에 매입한 건을 거론하며 “시세에 비해 15~20% 비싸게 구입한 것으로 보인다“며 “수익률도 주변 다른 오피스 빌딩에 비해 크게 낮아 향후 매각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금융기관의 공격적인 해외 부동산 매입에 대한 경고의 목소리가 크다. 전세계적인 저금리와 막대한 유동성에 힘입어 미국ㆍ유럽 등 주요 선진국 내 오피스 빌딩ㆍ호텔 등 상업용 부동산 가격에 대한 거품론이 흘러나오고 있지만, 오히려 국내 자본의 투자 열기는 점점 더 뜨거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연내 미국 금리인상을 계기로 부동산 시장이 냉각기로 접어들면 국내 기관이 높은 가격 수준에 매입한 해외 부동산 자산이 급격하게 부실화할 수 있다는 비관론이 흘러 나온다.

3일 하나금융투자에 따르면 미국 ‘상업용 부동산 가격 지수’(CPPI)는 지난 6월말 기준 192.79를 기록했다. 이는 금융위기 이후 최저점을 기록했던 2009년 12월(104.1)에 비해 85% 급등한 수치다. 미국 부동산 버블이 터지기 직전인 2007년 정점(175.85)도 넘어섰다. 독일 프랑스 등 유럽 주요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 또한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얘기다.

하지만 국내 자본의 해외 부동산 매입은 폭발적인 증가세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달 28일 현재 국내에 설정된 해외 부동산 투자펀드 잔액은 18조40억원으로 작년 말(11조2,779억원)보다 59% 급증했다. 투자은행(IB) 업계의 한 관계자는 “소수 대형 연기금ㆍ공제회만의 ‘리그’였던 해외 부동산 투자가 올해 들어 증권사, 보험사, 중소형 기금 등으로까지 확대되고 있다”고 전했다.

업계에선 ‘폭탄 돌리기’ 우려가 나온다. 올 연말 미국이 금리를 올리기 시작하면 지난 3~4년간 전세계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린 ‘유동성 파티’에 균열이 생기면서, 마구 사들인 해외 부동산 자산이 급격히 부실화할 수 있다는 것이다. 연기금의 한 최고투자책임자(CIO)는 “거품 붕괴 직전에 우리끼리 폭탄을 돌리고 있는 그런 기분”이라고 말했다.

실제 연기금ㆍ보험사 등은 부동산 매입 후 통상 3~7년 내에 투자금 회수를 위해 보유 자산을 매각해야 한다. 당장은 안정적인 임대수익을 낸다고 해도 나중에 적정 가격에 팔지 못하면 큰 손해를 입을 수밖에 없다. 물론 10~20년 장기임대차계약만 확보가 돼 있다면 최초 매각에 실패하더라도 펀드 만기를 연장한 뒤 부동산 경기 상승 시점에 다시 매각에 나설 수도 있다는 낙관론도 있다. 하지만 국민연금 전직 고위 인사는 “매각 시점 연장과 함께 장기임차계약의 잔여기한 또한 줄어들면 그만큼 부동산 가치도 하락할 수밖에 없다”고 잘라 말했다.

더구나 최근 일반 개인으로까지 해외 부동산 투자의 저변을 넓혀가는 금융사의 행보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크다. 지난달 미래에셋자산운용은 미국 부동산에 투자하는 공모 펀드를 선보여 ‘완판’에 성공했다.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 소재 오피스빌딩 4개동(棟) 인수대금 9,500억원 중 3,000억원을 일반 개인으로부터 조달했다. 공제회의 한 CIO는 “기관들만이 아니라 개인들까지 피해를 볼 수 있는 상황”이라며 “해외 부동산 투자는 환율ㆍ경기 등 예측 불가능한 변수가 너무 많고 중도 환매가 쉽지 않기 때문에 단순하게 ‘5% 임대수익 보장’ 등의 문구만 보고 성급하게 투자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박준석 기자 pjs@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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