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교과서ㆍ법인세 인상 등
민감 현안 ‘지뢰밭 국감’ 재개
1주일 보이콧 ‘빈손 회군’ 새누리
정세균 방지법ㆍ민생 등 내세울 듯
여야가 일주일 간 파행을 겪은 국정감사를 정상화하기로 했지만 민감한 쟁점이 지뢰처럼 곳곳에 묻혀 있어 일촉즉발의 긴장감은 여전하다. 당장 미르ㆍK스포츠재단 관련 비선실세 개입 의혹,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수사 등 야당이 벼르는 쟁점들이 줄줄이 대기하고 있다. 새누리당이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 의무 법제화 드라이브를 예고하면서 국회법 개정 문제를 놓고도 전선이 그어지고 있다. 역사교과서 국정화 문제, 법인세 인상을 포함한 세법 개정 문제 등 굵직한 현안들도 즐비해 정기국회가 끝나는 연말까지 여야의 치열한 힘겨루기가 예상된다.
야당은 3일 전열을 정비하며 국감 정상화에 대비했다. 야당은 새누리당이 여론의 질타가 예상되는데도 국감을 보이콧한 데는 박근혜 대통령을 겨냥한 각종 의혹을 차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정상화한 국감에서 관련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겠다는 입장이다.
당장 4일 열리는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국감에서부터 여야의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야당은 국민체육진흥공단 등을 대상으로 K스포츠재단이 섭외한 태권도팀이 박 대통령의 순방에 동행한 배경에 특혜가 없었는지 집중적으로 추궁하겠다며 벼르고 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의 일반증인 출석이 예상되는 정무위의 산업은행 국감에도 이목이 쏠린다. 야당은 해운산업 구조조정과 관련한 정부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동시에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빚어진 물류대란 등과 관련해 당국의 부실대응을 추궁한다는 방침이다. 야권 관계자는 “미르재단 문제 등 야당 단독 국감에서 이미 다룬 사안이라도 13, 14일 종합국감에서 다시 한 번 따져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 등 야 3당은 대여 공조 체제도 재정비했다.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주재한 상임위 간사단 회의에서 “얼치기 수사로 일관한 우병우 수석에 대한 검찰 수사와 이석수 전 특별감찰관 문제 등 수면 아래에 있던 여러 문제점을 다시 짚을 것”이라며 “지진 대책과 한진해운 대책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을 짚어내 민생대책이 제대로 수립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밝혀 전방위 공세를 예고했다.
새누리당은 사상 초유의 집권 여당 ‘국감 보이콧’이라는 강수를 두고서도 소기의 성과를 얻지 못한 채 ‘빈손 회군’을 한 만큼 야당의 공세 차단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민생 국감’을 강조하며 대오를 추스르는 한편 국회의장의 정치적 중립성 강화를 위한 국회법 개정안(일명 ‘정세균 방지법’) 입법 의지를 다지고 있다. 국감이 발등의 불이긴 하지만, 정 의장의 손발을 묶어두지 못한다면 새해 예산안 심사와 세법개정안 처리 등 남은 정기국회 운영에서도 수세에 몰릴 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에서다. 정진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이날 개천절 경축식에 참석한 뒤 기자들과 만나 “해임건의안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국회의장이 당파적·편파적으로 야당 편을 들었다”며 정세균 방지법 통과 의지를 거듭 밝혔다. 이에 대해 더민주는 박근혜 대통령이 이미 거부권을 행사한 일명 ‘유승민법’, 즉 국회의 정부 시행령 수정 권한을 강화하는 국회법 개정안을 재추진하겠다며 맞불을 놓아 국회법 개정안도 뜨거운 감자로 부상하고 있다.
내달 공개 예정인 국정 역사교과사도 정국을 뒤흔들 이슈다. 야당은 국정 역사교과서 초안 제출을 요구하며 국감에서부터 이슈 몰이를 시작한 모양새다. 이에 맞서 여권에서도 경기도교육청 등 일부 교육청이 추진 중인 대안 교과서를 쟁점화할 태세여서 여야의 충돌이 예상된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전혼잎 기자 hoiho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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