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입도 막혀 질식사 가능성”
양부모에 살인죄 적용 구속영장
입양한 6살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시신을 훼손한 뒤 실종된 것처럼 꾸민 양부모에 대해 경찰이 3일 살인죄 등을 적용해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딸을 17시간 동안 테이프로 묶어놓는 등 학대한 점이 살인의 미필적 고의를 인정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인천 남동경찰서는 이날 살인 및 사체 손괴ㆍ유기 혐의로, 숨진 A양의 양아버지 B(47)씨와 양어머니 C(30)씨, 동거인 D(19ㆍ여)씨에 대한 구속영장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이들은 28일 오후 11시쯤 경기 포천시 신북면의 한 아파트에서 A양의 온몸을 투명테이프로 묶고 다음날 오후 4시쯤까지 17시간 동안 방치해 숨지게 한 혐의를 받고 있다. A양은 화장실에 가지 못했고 밥도 먹지 못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A양이 숨진 다음날인 지난달 30일 오후 11시쯤 A양의 시신을 포천시 영중면 한 야산의 계곡으로 옮겨 나뭇가지 등을 모아 불에 태워 훼손한 혐의도 받고 있다. 경찰은 2일 오후 4시55분쯤 시신을 훼손한 현장에서 사람의 머리뼈ㆍ척추 일부를 찾아내 유전자 감정을 의뢰했다.
A양은 상습 학대를 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동거인 D씨는 A양에 대한 학대에 처음부터 가담하지 않았으나 양부모의 학대가 계속되자 A양을 테이프로 묶는 등 범행에 가담했다. B씨 등은 경찰에서 “A양이 식탐이 강하고 말을 듣지 않아 두 달 전부터 벽을 보고 손을 들게 하거나 파리채로 때리고 테이프로 손과 발을 묶어 놓았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A양의 시신이 공개되면 아동학대 죄로 처벌 받을 것을 우려해 시신을 훼손하기로 사전에 모의한 것으로 확인됐다. 또 범행을 은폐하기 위해 A양의 시신을 유기한 다음날인 1일 사람이 많이 모이는 장소를 인터넷으로 검색한 뒤 축제가 열리고 있는 인천 소래포구로 이동해 가짜 실종신고도 했다.
당초 양어머니 C씨가 인터넷에 A양의 사진과 함께 올린 것으로 알려진 ‘아이를 찾습니다’라는 글은 A양의 친어머니(36)가 쓴 것으로 확인됐다. C씨는 2014년 9월 “혼자서 아이를 키우기 힘들다”는 A양의 친어머니 말을 듣고 합의 하에 A양을 정식 입양했다. 둘은 6년 전 포천시 영중면의 한 동네에서 살면서 알게 된 사이로, A양의 친어머니는 2010년 이혼 후 A양을 혼자 키웠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들은 여전히 “29일 외출했다 와보니 A양이 숨을 제대로 쉬지 못해 인공호흡을 했으나 숨졌다”면서 직접적인 살인 혐의는 부인하고 있다. 하지만 경찰은 이들이 A양의 입을 테이프로 막아 질식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조사 중이다.
경찰 관계자는 “A양의 정확한 사망 시점을 파악하기 위해 지난달 29일 이전 주거지 폐쇄회로(CC)TV 영상을 확보해 분석할 계획”이라며 “A양의 병원 진료내역, 보험 가입 여부 등을 수사해 과거 아동학대 여부, 구체적 범행 동기 등을 밝힐 것”이라고 말했다.
이환직 기자 slamhj@hankk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