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발표 시즌이 찾아오면서 일본 열도가 다시 들뜨고 있다. 작년과 재작년 모두 수상자를 배출한 일본은 3년 연속 수상자가 나올지 촉각을 곤두세우며 흥분돼있다.
요미우리(讀賣)신문은 3일 “일본 연구자는 2014년 물리학상을 받았고 작년에는 생리의학상과 물리학상을 차지했다”며 “일본에서 3년 연속 수상이 이뤄질까 올해도 관심이 뜨겁다”고 주목했다. 야후재팬에는 이날부터 ‘노벨상’이란 키워드 검색건수가 급격히 증가하면서 일반인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일본의 역대 노벨상 수상자는 물리학상 11명, 화학상 7명, 생리의학상 3명, 문학상 2명, 평화상 1명 등 총 24명(미국 국적자 2명 포함)이다. 지난해는 수상자발표 첫날 생리의학상에 이어 이튿날 물리학상까지 가져가 일본 열도가 환호로 들썩였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청색 발광다이오드(LED)를 개발한 나카무라 슈지(中村修二) 캘리포니아대 교수를 비롯해 16명이나 수상자가 쏟아져 나왔다.
학술정보 서비스기업인 톰슨로이터가 최근 발표한 올해 노벨 과학상 후보 24명에 3명의 일본인 과학자가 포함됐다. 혼조 다스쿠 교토대 교수는 암 면역치료 발전에 기여한 공로로 생리의학상에, 마에다 히로시 소조대 특임교수와 마쓰무라 야스히로 국립암연구센터 신약개발부문장은 화학상 후보에 올랐다. 무엇보다 ‘노벨상의 꽃’으로 불리는 문학상에 수년째 유력후보인 무라카미 하루키(村上春樹)의 수상여부가 초미의 관심사다.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은 일본이 노벨상에 강한 이유에 대해 “1980년대부터 국가적으로 연구개발의 원천이 되는 과학기술 진흥비를 지속적으로 늘려온데다 거품경제 시대 실적 좋던 기업들이 기초연구에 힘을 쏟은 결과”라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다만 최근 중국 등 과학신흥국의 연구수준 향상이 눈부셔 분야에 따라선 이미 추월 당했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마이니치(每日)신문은 일본이 노벨상에 유독 관심을 갖는 이유를 흥미롭게 지적했다. 오카모토 다쿠지(岡本拓司) 도쿄대 준교수는 “역사적으로 유명한 인물을 다수 배출한 상이어서 권위가 있기 때문”이라며 “경제뿐 아니라 과학분야에서도 서양문명국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싶다거나 서양에 인정받고 싶다는 잠재적인 일본인의 희망이 나타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일본 언론은 200년대 이후 일본경제가 침체에 빠진 상황에서 노벨상 수상이 국민에게 자신감을 안겨줬다며, 각종 상들이 넘쳐나지만 노벨상에 관심을 갖는 것은 최고 권위에 약한 일본의 국민성 때문이란 지적도 내놓았다.
도쿄=박석원특파원 spar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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