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즈벡 출신 고려인 4세 리 알렉산드라
‘나의 독도 오! 대한민국’ 불러
우즈벡 방문 이명박ㆍ박근혜 대통령 만나
증조부의 나라 한국 유학 꿈 키워
“우리가 지켜온 독도는 동해의 빛나는 보석/우리들의 사랑은 변함이 없다네(대한민국)/중략/독도 우리 뜨거운 가슴과/독도 우리 마주잡은 손으로/가슴 벅찬 내일로 함께 가자.” 지난 2일 오전 경북 울릉군 울릉읍 독도리 27. 동도 선착장에서 2013년 경북도가 만든 독도 사랑노래 ‘나의 독도 오! 대한민국’이 울려 퍼졌다. 노래의 주인공은 뜻밖에도 고려인 4세로 대경대에 유학 온 우즈베키스탄인 리 알렉산드라(22)양. 현지인들이 부르는 사샤(알렉산드라의 현지 애칭)가 더 익숙한 그는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어를 공부할 때 글로만 배웠던 독도에서 독도사랑 노래를 부르며 독도를 가슴으로 느꼈다”며 이날의 감동을 표현했다.
이날 사샤양과 함께 독도 땅을 밟은 관광객들도 벅찬 감격을 주체하지 못했다. 일부 관광객은 복받치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해 연신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마침 현장에 함께한 장태희(43) 경북도 독도정책관실 주무관은 “고려인의 피가 흐르는 외국인 가수가 독도에서 우리 노래를 부르니 새롭고 더 큰 감동으로 다가왔다”고 말했다.
사샤양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작은 섬이라 놀랐고, 단순히 하나의 섬이 아니라 큰 의미를 담고 있어 벅찼다”며 “독도 땅을 밞을 수 있는 날이 얼마 되지 않는다는데, 한번 만에 입도할 수 있어 더더욱 기뻤다”고 소감을 밝혔다. “한국인과 같은 핏줄의 고려인 4세로서, 유학오기 전 우즈벡에서도 독도에 대한 관심이 많았는데 이렇게 독도 노래까지 부를 수 있다니 일생일대 최고의 날로 기억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리 알렉산드라는 고려인 4세다. 조선 땅에 살던 증조부모가 러시아로 이주한 뒤 조부모는 러일 전쟁 때 일본인과 외모가 비슷하다는 이유로 우즈베키스탄으로 강제 이주 당했다. 부모도 모두 고려인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드물게 순수 배달민족의 혈통을 잇고 있는 ‘고려인’이다. 외모도 그냥 보기만 해도 한국계라는 것을 알 수 있을 정도다.
어릴 때부터 노래 부르기를 좋아했다는 사샤양은 4살 때부터 앨범을 낼 정도로 음악에 뛰어난 소질을 보였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열린 한 축제에서 정수라의 ‘아! 대한민국’을 불러 국내 한 방송사에 출연했다. 2010년, 2014년 각각 우즈베키스탄을 방문한 이명박, 박근혜 대통령과 직접 만나는 행운을 얻었다. 특히 2014년 교민위로회에 참석한 박 대통령이 ‘아 대한민국’을 부른 사샤양을 칭찬했고, 이욱헌 주우즈베키스탄 한국대사의 유학 권유로 지난해 초 대경대 연예엔터테인먼트과 전액장학생으로 한국유학생활을 시작했다.
한국유학 2년 차인 그는 방송학과 학사학위 취득을 목표로 필요한 학점 취득은 물론 공연연습에도 빠지는 일 없이 열성적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배운 한국과 와서 본 한국이 너무 달라 어렵지만 그 만큼 재미가 있다”며 “한국에서 꿈을 키워 더 다양한 분야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번 독도사랑문화공연이 앞으로의 한국 생활에 큰 의미와 도전이 될 것 같다는 그는 “이번엔 공연 때문에 독도를 제대로 느끼지도, 구경도 못해 아쉽다”며 “다음에 올 기회가 있으면 좀 더 여유 있게 독도의 아름다움과 비경을 감상하고 느끼고 싶다”고 덧붙였다.
윤희정 기자 yoo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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