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진과 정규직 채용을 빌미로 직원들에게서 수억원을 뜯어낸 보험사 간부가 경찰에 붙잡혔다.
서울 남대문경찰서는 ‘인사에 힘써주겠다’며 부하직원에게 돈을 요구해 가로챈 혐의(사기)로 김모(48)씨를 구속했다고 3일 밝혔다. 김씨는 A보험사 영업ㆍ인사부장으로 근무하던 2013년 3월부터 이듬해 12월까지 본사 부하직원과 대리점주 4명으로부터 15차례에 걸쳐 1억8,400여만원을 받아 챙긴 혐의를 받고 있다.
경찰에 따르면 김씨는 2010년 본사 입사 전 보험대리점을 운영할 때 저조한 실적을 메우려 자주 대출을 받았고 아파트 구입 대출금 등으로 1억원 넘는 빚을 졌다. 급여만으로 상환이 불가능해지자 카드 돌려막기로 감당했고, 이마저 어려워지자 부하직원들에게 “부모님 병원비가 필요하다”며 손을 벌리기 시작했다. 그는 피해자 대부분이 계약직 근로자이거나 인사를 앞둔 점을 노려 “정규직 채용과 승진을 시켜주겠다”고 꼬드겼고, 일부는 대출까지 받아 돈을 빌려줬다. 김씨가 연이율 30%에 달하는 대부업체 대출을 받을 때 연대보증을 선 피해자도 있었다. 김씨는 경찰조사에서 “빌린 돈은 모두 대부업체 원리금을 갚는 데 썼다”고 진술했다.
경찰 관계자는 “한 피해자는 인사 피해를 입지 않기 위해 김씨의 갑질에 울며 겨자먹기로 6,000만원을 대출 받아 지금도 매달 200원씩 상환하는 등 금전적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경찰은 지난달 30일 김씨를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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