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북부지법 민사합의 12부(부장 박미리)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의 조카 반주현씨에게 조작된 서류를 믿고 계약금을 지급한 경남기업에 59만달러(6억5,000만원)을 배상하라고 판결했다.
법원에 따르면 경남기업은 2011년 1조원을 넘게 투자해 베트남 하노이에 랜드마크72 타워를 세웠다. 그러나 임대 부진으로 부채가 쌓이자 고 성완종 경남기업 회장은 2014년 당시 고문이던 반 총장의 동생 기상씨를 통해 그의 아들 주현씨가 이사로 있는 미국계 투자회사 콜리어스와 매각 대리 계약을 맺었다.
반씨는 이후 ‘카타르가 매입에 관심이 있다’며 카타르투자청 명의의 인수의향서를 경남기업에 보냈다. 그러면서 반 총장을 내세워 ‘삼촌을 통해 카타르 국왕과 접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반씨는 매각을 성사시키려면 계약기간을 연장해야 한다며 추가 계약금을 받기도 했다.
그러나 지난해 카타르의 투자가 사실 무근이고, 반씨가 인수의향서 등 서류를 위조하고 계약금을 가로챈 사실이 드러났다. 경남기업 법정관리인은 지난해 7월 반씨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해외 거주 중인 반씨에게는 소송 서류가 전달되지 않아 법원은 재판 시작 1년여 만에 경남기업의 승소를 선고했다.
신혜정 기자 aret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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