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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수라' 주지훈, 서른다섯에 다시 본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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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수라' 주지훈, 서른다섯에 다시 본 얼굴

입력
2016.10.03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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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스포츠경제 황지영] 배우 주지훈은 영화 '아수라' 촬영장에서 "너무 좋아요"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김성수 감독의 작품에 참여한 것도 좋았고, 정우성 황정민 곽도원 정만식이라는 멋진 선배들과 연기할 수 있어 더욱 좋았다. 게다가 막내로서 사랑도 듬뿍 받으며 촬영했으니, '아수라'는 서른다섯 주지훈에게 찾아온 행운이자 행복이었다. 주지훈은 "촬영은 힘들어도 그 현장에 있는 게 좋고 신났어요. 마지막 촬영 때 찍은 장례식장 장면도 너무 좋더라고요. 오히려 촬영이 더 남았으면 하는 마음이었죠"라며 웃었다.

-서른다섯에 막내가 됐다.

"깜짝 놀랐다. 나도 어른인데 형들을 만나고 난 후로 내가 정말 철없이 살았나 보다 하는 생각이 들더라. 어딜 가면 동생들 모아놓고 조언하고 그랬는데 그러지 말아야겠다. (나는) 아직 멀었다."

-최고의 캐스팅에 부담감은 없었나.

"무슨 부담? 전혀 없었다. 연기 귀신들이 여기 있는데 뭘. 형들만 잘 따라서 연기에 집중하면 됐다. 지금도 흥행 부담 전혀 없다. 내 책임이 가장 덜할 거다(웃음)."

-작품 선택의 계기는 뭔가.

"태풍에 휘말리면서 변해가는 문선모라는 인물에 공감이 됐다. 살면서 우리가 자의를 갖고 하는 일은 별로 없는 듯하다. 그런 점에서 시나리오가 재미있었다."

-캐릭터를 구축하기 위해 어떤 준비를 했나.

"일단 머리를 짧게 잘랐다. 감독도 너무 좋아했다. 극중 입은 청재킷도 내 소유다. 정말 말도 안 되는 다 쓰러져가는 시골 옷가게에서 발견했다. 다행히 인물, 배경과 잘 어우러졌다."

-촬영장에서 그렇게 잤다는 소문이 파다하다.

"형들이 그래서 참 좋다. 어떤 후배가 나처럼 자고 있으면 난 정말 싫었을 것 같은데 형들은 다 받아준다(웃음). 불면증이 있어서 쪽잠을 자면서 컨디션을 유지했다. 김성수 감독이 촬영 전 미팅 때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 최상의 컨디션을 유지해라. 뭐든 좋다'고 말했다."

-형들에게 사랑받는 비결이 있다면.

"술을 잘 마시면 사랑받을 수 있다. 사회생활이랑 똑같다. 그런데 우리 형들은 절대 강요도 없고 알아서 잘 마시고 기분 좋게 분위기를 끌어간다. 애교도 많고 활발하다. 곽도원 형이 부엉이를 닮아 제일 귀엽다."

-선에서 악으로 변해가는 캐릭터 설정이 참 현실적이었다.

"영화처럼 무자비한 악이 아니더라도 누구나 조금씩은 민폐를 끼치며 살아간다. 돈을 들여 공익광고를 하는 것도 비슷한 이유이지 않을까."

-주지훈이 최근 끼친 민폐가 궁금하다.

"얼마 전 20년 지기 친구와 술을 먹다가 다퉜다. 하하하. 금방 화해했다. 이런 사소한 것들이라도 모두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고 산다. 세상에 착한 사람이 얼마나 되겠나."

-선모는 뭐 때문에 그렇게 박성배 시장에 충실했나.

"직장생활이라고 보면 될 것 같다. 우리가 그렇게 욕하면서도 위에서 오더가 내려오면 그 누구보다 일을 잘 하려고 하지 않나."

-박성배 시장 밑에서 일하는 '미생'인가.

"푸하하(폭소). 처음엔 돈에 끌렸고 나중엔 '박성배 밑에 있으니 나도 공범이고 빠져나갈 방법이 없겠구나, 그냥 일 열심히 하자' 이런 마음도 생겼을 것 같다. 극중 선모가 연회장에서 박성배의 미션을 받고 어떻게든 해보려 하지만 뜻대로 되지 않고 또 그 공을 한도경에게 빼앗긴 것에 대한 분노를 표출한 장면이 있다. 그게 바로 선모가 처한 상황이 아닐까?"

-다른 악인 캐릭터에 대한 호기심은 없었나.

"사실상 나이대가 불가능하니까 처음부터 문선모를 바라봤다. 모든 설정을 다 떠나서 선택을 한다면 가장 센 캐릭터인 황정민 형이 연기한 박성배 시장을 하고 싶다. 한도경은 정우성 형이 옆에서 고생하는 걸 지켜봤기 때문에 별로 하고 싶지 않다."

-김성수 감독은 어땠나.

"내 지난날을 반성하게 한다. 감독과 우리 아버지랑 한 살 차이가 난다. 실제 아들 나이인 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내가 말을 할 때 단 한 번도 끊지 않고 다 들어준다. 듣는다고 다 차용되는 건 아니지만 생각들을 다 들어주고 다정하게 공감해준다. 누군가에게 단 한 번이라도 그런 선배인 적이 있었나 되돌아보게 됐다. 앞으로 그런 선배가 되고 싶다."

-마음이 한결 넓어졌겠다.

"요즘 부쩍 느낀다. 2006년 데뷔작 '궁'을 가끔 TV에서 봤다. 나도 깜짝 놀랐다. 지난해만 하더라도 정말 못봤을 거다. 다시 보니까 귀엽고 풋풋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기작 '신과 함께' 에서도 막내뻘이던데.

"너무 좋다. 막내는 김동욱인데 형 같은 막내라 내가 막내라고 봐도 무방하다. 요즘 멀티캐스팅이라고 해서 쟁쟁한 배우들이 대거 나오는 작품들이 많은데 일이 늘어나서 좋다. 또 관객들이 주조연을 따지지 않는 기분이 들어서 한결 연기하기도 편안하고 영화도 풍성해진다. 나도 좋은 작품에 역할만 맞으면 다 하고 싶다."

사진=CJ엔터테인먼트

황지영 기자 hyj@sporbiz.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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