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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서령의 길 위의 이야기] 108배를 하는 마음

입력
2016.10.03 1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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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쯤 우연히 108배를 시작하게 되었다. 누군가를 사랑하기에도 용서하기에도 참 좋은 시간이 되더라는 동료 소설가의 말 때문이었다. 그 말에 홀랑 반해 베란다에 요가매트를 깔았다. 하나 둘 셋… 서른여덟 서른아홉… 예순이 넘어가면 어김없이 헛갈렸고 숫자를 세다 보면 정신이 하나도 없어 나는 누군가를 사랑하지도 용서하지도 못했다. 108배 숫자를 대신 세어주는 모바일 앱이 있다는 것을 알고는 2달러나 주고 결제를 했다. 내가 절을 하는 동안을 못 견딘 강아지는 심술을 부렸다. 슬리퍼를 물고 와 던지기 놀이를 하자며 멍멍 짖다가 절 끝에 내 손바닥이 하늘로 향하면 그 손바닥 위에 슬리퍼를 올려놓았다. 나는 슬리퍼를 바닥에 메다꽂고 다시 절을 했다. 약 오른 강아지는 내 등 위로 폴짝 뛰어오르기도 했다.

집중력이 좋아졌다거나 몸이 대단히 건강해졌다는 느낌은 없었다. 동료의 말처럼 피부가 좋아지지도 않았다. 하지만 나는 종종 울었다.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108배를 하다 보면 농담처럼 눈물이 툭 터질 때가 있었다. 내가 슬픈 생각을 했었나. 모바일 앱은 계속 숫자를 세었지만 나는 얼굴을 들지 못하고 몇 번을 울었다. 이유는 몰라도 그 마음이 그냥 가여워 108배를 멈추지 못했다. 아마도 그립고 안타깝고 오래된 인연들이 떠올랐기 때문일 텐데. 출산 전날까지 부른 배를 안고 뒤뚱뒤뚱 절을 하고선 나는 아기를 낳으러 갔다. 아기를 키우며 일 년쯤 못했던 108배를 다시 한 번 시작해볼 생각이다. 나는 사랑도 하고 싶고 용서도 하고 싶고 종종 울고도 싶으니까 말이다.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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