복통ㆍ경기 증상 등 한계 상황
與 지지층 결집 효과 봤지만
李 대표 리더십 한계 노출도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일 사상 초유의 집권 여당 대표 단식을 일주일 만에 끝내면서 이 대표의 정치적 득실 따져보는 정치권의 해석이 분분하다. 3당체제 하의 여소야대 정국에서 이 대표는 승부수로 던진 단식으로 통해 전통적 보수 지지층을 강하게 결집시키는 효과를 끌어냈다. 하지만 리더십 측면에서는 이 대표의 대야 투쟁 전략이 강성 친박계에 번번히 제동이 걸리는 등 당 장악력에 한계를 드러내면서 득보다는 실이 클 것이라는 평가다.
이 대표는 이날 건강 상태가 한계 상황에 다다랐음에도 “(야당의 태도 변화가 없으면) 나는 죽을 것”이라며 투쟁 의지를 불태웠다. 혈당 수치가 위험 수준까지 떨어지고 복통에 경기 증상까지 나타나는 등 단식을 이어가기 힘든 상황에서 김재원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틀 만에 다시 찾아 “고집 좀 그만 피우시라”며 단식중단을 촉구했지만 반응을 보이지 못할 정도였다. 여권 한 관계자는 “김 수석이 눈을 감고 누운 이 대표의 이마를 짚고 팔을 주무르면서 ‘강제로라도 (이 대표를 병원으로) 옮기시라’고 당부하는 장면을 통해 보수층에겐 이 대표가 책임감이 강한 정치인으로 비쳐질 수 있는 대목”이라고 평가했다.
이 대표가 먼저 회군을 선언해 정세균 국회의장을 압박할 수 있는 카드를 쥐게 됐다는 평가도 있다. 야당인 국민의당도 “국회의 어른은 국회의장이고, 어른은 책임을 지는 사람”이라며 정 의장의 태도를 비판해 온 만큼 새누리당은 전열을 가다듬은 뒤 정 의장을 향한 공세에 나설 태세다. 이 대표는 단식 중단 결정 후 공개한 메시지를 통해 “국회법을 즉시 개정해서 국회의장 중립의무 조항을 추가하겠다”고 2라운드 대결을 예고했다.
하지만 “정 의장이 사퇴할 때까지 단식을 하겠다” “정의장이 물러나든지, 내가 죽든지 둘 중의 하나” 등의 언급으로 초강경 배수진을 쳤던 이 대표가 7일만에 별 성과 없이 단식을 접은 것은 애초 단식의 명분이나 목표 자체가 무리수였음을 자인한 것이란 지적도 만만찮다. 사실상 청와대의 요청으로 단식을 접은 모양새여서 박근혜 대통령만을 향한 정치를 한다는 비판이 더 거세질 가능성이 크다. 당장 집권 여당의 지도자보단 박근혜 대통령의 ‘호위무사’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는 야당의 공세도 예상된다. 정치권 한 관계자는 “여당 대표가 아니라 당에 있는 청와대 정무수석이라는 뜻의 ‘당무수석’이라는 핀잔까지 나오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이 대표로서는 단식과 별개로 국정감사에 참여하는 투 트랙 전략을 구사하겠다는 구상이 번번히 강성 친박계에 막혀 리더십의 한계를 노출한 것도 부담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8일 정세균 국회의장 규탄 결의대회에서 국감 보이콧 철회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뒤이어 열린 의원총회에서 거부당했다. 새누리당 한 중진 의원은 “일부 강성 친박계의 행태도 문제지만, 지도체제 개편으로 대표의 권한을 강화했는데도 강경파에 끌려 다니는 한계를 드러낸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이동현 기자 nani@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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