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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0 유커들 “사드 관심 없어요” 쇼핑 홀릭

입력
2016.10.03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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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국경절 황금연휴 맞아 한국행

“정치 때문에 여행 포기하면 바보”

양국 정치권 ‘사드 긴장’ 무색케

비 오는 서울 명동 발 디딜 틈 없고

강남 숙박업소엔 성형관광객 북적

상인들 “반한 감정 우려는 여전”

10월 1~7일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30일 오후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10월 1~7일 중국 국경절 연휴를 앞두고 30일 오후 중국인 관광객(유커)들이 인천공항으로 입국하고 있다. 연합뉴스

중국 광둥(廣東)성에서 온 황모(23) 자매는 2일 오후 화장품이 가득 담긴 가방을 들고 서울 명동 거리를 활보했다. 세차게 내리는 초가을 비도 자매의 쇼핑 열정을 막을 순 없었다. 전날 입국한 이들은 4일까지 지하철로 서울 곳곳을 돌며 관광과 쇼핑을 즐길 참이다. 언니 황씨는 “한중 관계에 불협화음이 있다고 해서 정치적 이슈와 무관한 여행을 포기하는 것은 바보 같은 생각”이라며 “아이돌 그룹 엑소(EXO)를 좋아해 소속사인 SM 본사도 구경하고 예능프로그램 런닝맨에 나온 이화여대와 홍익대도 둘러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영향은 미미했다. 중국 최대 명절인 국경절 연휴(1~7일)를 맞아 사드 배치 논란으로 중국인관광객이 급감할 것이란 우려와 달리 서울 주요 번화가는 유커(遊客ㆍ중국인 관광객)들이 점령하다시피 했다. 이날 서울 명동에는 ‘?迎?到首?(서울에 오신 것을 환영합니다)’라고 적힌 중국어 현수막이 줄을 이었고, 롯데백화점 본점 앞 도로에는 이른 아침부터 수십 대의 관광버스가 유커들을 쏟아냈다. 150여명의 관광객이 우산을 들고 백화점 개장을 기다리는 진풍경이 연출되기도 했다.

면세점이 위치한 백화점 9~12층에는 온종일 물건을 쓸어 담는 유커들로 발 디딜 틈이 없었다. 중국에서 인기몰이 중인 S화장품 매장에서는 점원 5명이 밀려드는 고객들을 상대하느라 진땀을 뺐다. 직원 A씨는 “별도 설명을 듣지도 않고 상품을 구매하는 통에 결제 코너가 가장 바쁘다”며 20여명이 길게 늘어선 결제 대기 줄을 가리켰다.

명동 중국대사관 인근에서 만난 한 환전상도 “국경절이 대목은 대목”이라며 “돈을 갖다 놓는 즉시 무섭게 빠진다”고 전했다. 한국관광공사는 이번 국경절 연휴 기간 지난해보다 4만명 정도 증가한 24만명의 중국인이 한국을 찾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관광공사 관계자는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파장에도 중국인 방한 규모가 늘었듯 당분간 유커 유입 추세는 꺾이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젊은 유커들에게 사드는 남 얘기다. 윈난(雲南)성에서 온 리치치(26ㆍ여)씨는 “부모님은 (사드 우려에) 한국행을 말렸지만 사실 젊은이들은 큰 관심이 없고, 오히려 지진 걱정 탓에 발길을 돌린 사람은 더러 있다”고 귀띔했다. 명동 한 로드숍 직원 정모(25)씨도 “언론에서는 계속 사드를 물고 늘어지지만 피부로 느끼는 영향은 전혀 없다”며 “전날 지난주보다 손님이 10% 늘었는데 국경절 기간 매일 매출액이 가파르게 오를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특히 강남 압구정ㆍ신사동 등에서는 붕대로 얼굴을 꽁꽁 감싼 채 여행가방을 끌고 다니는 이른바 ‘싼커(散客ㆍ중국인 개별여행객)’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이들은 스스로 여행 코스를 짜고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며 성형관광을 즐기는 중이었다. 압구정동의 한 성형외과 매니저 박모(32)씨는 “성형을 하면 회복시간이 다소 걸리는데 국경절 연휴는 일주일이나 돼 유독 중국인 고객이 많다. 올해도 예약자가 지난달보다 20% 늘었다”고 설명했다. 신사역 인근 호텔 프론트 매니저 김모(34)씨는 “전체 투숙객의 절반을 차지하는 중국인 가운데 40%는 성형을 목적으로 체류 중”이라며 “20,30대 젊은 층은 사드 여파에 아랑곳 없이 성형관광과 맛집 순례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물론 업계에서 사드 우려가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롯데면세점의 한 관계자는 “사실 국경절은 워낙 대목이라 매출 증감 폭이 크지 않으나 반한 감정이 일순간 악화할 경우 유커 유입 자체가 감소세로 전환될 수 있어 걱정된다”고 말했다. 여행가이드 허모(46)씨는 “지난달 사드 논란이 정점을 찍었을 때 중ㆍ장년층 유커를 중심으로 대거 예약을 취소해 피해가 컸다”며 “관광 도중 한국의 사드 배치에 불편한 감정을 내비치는 관광객도 적지 않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장병권 호원대 호텔관광학부 교수는 “정치 이슈에 둔감한 싼커들에서 보듯 돌발 악재에 일희일비하지 말고 고정적 수요를 담보할 수 있는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며 “볼 거리나 즐길 거리가 부족한 점이 유커들의 한국행을 더 꺼리게 하는 만큼 지방의 관광역량을 키우는데 집중해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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