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행 중 의식 잃어… 사고 후 멈춰
주변 시민이 응급조치 했지만 숨져

지난 8월 대전에 이어 서울에서도 운행 중 심장마비로 의식을 잃고 쓰러진 택시기사를 내버려 둔 채 승객이 현장을 떠난 사건이 발생했다. 주변 시민들이 응급조치를 했지만 택시기사는 끝내 숨졌다.
2일 서울 동작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30일 오후 10시20분 동작구 대방역사거리 대방지하차도에서 택시기사 김모(62)씨가 갑자기 호흡곤란을 호소하며 의식을 잃었다. 택시는 달리던 관성으로 지하차도를 빠져 나와 30m 가량을 더 주행했고, 중앙선을 넘어 마주 오던 김모(43)씨의 승용차와 경미한 접촉사고를 낸 뒤 멈춰 섰다. 사고 직후 승용차 운전자 김씨는 택시기사 김씨가 의식이 없는 점을 확인하고 119와 112에 신고한 후 행인 2명과 함께 김씨를 끌어 내려 심폐소생술을 실시했다. 곧 이어 도착한 119 구급대원이 김씨를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20분 뒤인 오후 10시40분쯤 숨을 거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이 택시 내 블랙박스 영상을 분석한 결과 여성 승객 A씨와 대화를 나누던 김씨는 지하차도 중간에서 가쁜 숨을 내쉬며 왼쪽으로 쓰러졌다. 영상 안에는 당황한 A씨의 목소리도 고스란히 담겼다. 택시가 다른 차량과 부딪히자 그는 “도와주세요, 119”라고 소리를 지른 후 택시에서 내려 인도 쪽으로 걸어갔다. 하지만 구급대가 도착하는 사이 A씨는 사라졌다.
승객이 신고나 아무런 응급조치 없이 사고현장을 떠나자 시민의식이 다시 도마에 올랐다. 8월 대전에서도 60대 택시기사가 운행 도중 심장마비로 쓰러졌는데 승객 2명은 바쁘다는 이유로 현장을 벗어났다. 경찰 관계자는 “운전자가 갑자기 위급상황을 맞은데다 반대편 4차선 도로에서 차량들이 빠른 속도로 달려와 A씨도 무척 당황했을 것”이라며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지만 참고인 조사를 위해 신원을 파악하고 있다”고 말했다.
양진하 기자 realha@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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