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지난달 군인 사망 사건 보복
파키스탄 점유지 침투, 2명 사살
국경 병력 증강에 주민 대피령도
피키스탄 “이유 없는 공격” 반발
추모 기도회 열며 재보복 다짐
외신 “양국 관계, 8년 만에 최악”
美ㆍ中 “대화로 해결” 한목소리
‘서남아시아의 화약고’ 인도-파키스탄의 카슈미르 지역에 전운이 고조되고 있다. 인도가 이 지역에서 최근 자국 군인 18명이 숨진 사건을 계기로,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1만여명의 주민을 대피시키는 등 ‘강력 대응’을 다짐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1일 인도 언론들에 따르면 인도 국방부는 “인도-파키스탄 양국 간 군사 긴장이 높아지면서 접경지역 시민들이 두려움에 떨고 있다”면서 “국경 지역 10㎞ 이내 지역 주민 1만 명이 정부가 운영하는 구호 캠프로 대피했다”고 이날 밝혔다. 인도군은 또 국경 지역에 병력을 증강 배치하고 높은 수준의 경계 태세에 돌입했다. 또 수도 델리에 테러 비상경계령을 내리고 주요 도로, 관광지 등에 검문검색을 강화했다. 파키스탄 역시 두 나라 관계가 정상화될 때까지 인도 영화 상영을 금지하기로 하는 등 한 치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양국의 갈등은 지난달 18일 인도령 카슈미르에 있는 인도 육군 기지가 무장 괴한 4명의 공격을 받아 인도군 18명이 숨지면서 비롯됐다. 인도는 “공격 중 사망한 무장 괴한 1명이 파키스탄령 카슈미르의 수도 무자파라바드 출신”이라며 공격의 배후를 파키스탄으로 지목하면서 비난의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나렌드라 모디 인도 총리는 파키스탄을 직접 거론하지 않았지만 “비열한 공격의 배후 국가를 가만두지 않을 것”이라며 강경 대응 방침을 시사했다.
급기야 인도는 파키스탄 출신 테러범 침투를 막는다며 지난달 28일 카슈미르 파키스탄령을 침투해 파키스탄군 2명을 사살했다. 인도군 작전부장 란비르 싱 중장은 “테러 거점에 대한 위력적인 군사 공격을 펼쳤다”고 밝혔다. 양 측은 카슈미르 통제선 근처에서 종종 교전을 펼친 적이 있지만, 한쪽 병력이 상대편 지역을 침범했다고 공식화한 경우는 1971년 이후 처음이라고 인도 일간 타임스오브인디아는 전했다.
파키스탄은 그러나 “이번 공격은 파키스탄과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파키스탄은 “이유 없는 공격”이라며 부인하는 한편 피살된 군인에 대해 대대적으로 추모 기도회를 개최하는 등 보복을 다짐하고 있다. 영국 BBC방송 등 외신들은 “양국 관계가 2008년 이후 최악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보도했다.
일각에서는 그러나 파키스탄이 ‘인도군이 이유 없는 공격을 했지만 우리 땅에 들어온 것은 아니다’고 부인한 점을 들며 “파키스탄이 이번 사태의 파장을 키우지 않으려는 것 같다”는 분석도 나온다. 인도-파키스탄 전문가 비벡 카트주는 “파키스탄군이 ‘침투 작전’이 아닌, ‘국경 교전’으로 문제 제기한 것은 상황을 진정시키려는 시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팔리 마조르 전 인도 공군참모총장도 “파키스탄이 더 강한 수준의 군사행동을 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과 중국 역시 양국을 상대로 “긴장을 고조시키지 말고 대화로 문제를 해결하라”고 주문했다.
카슈미르는 1947년 인도와 파키스탄이 각각 영국에서 독립한 직후 서로 영유권 다툼을 벌여온 곳이다. 양측의 폭력 사태로 지금까지 6만8,000명이 넘게 사망한 것으로 집계된다.
강주형 기자 cubi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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