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에 종속 경고 목소리도
스마트워치, 피트니스 밴드 등 이용자의 운동량을 측정해 주는 웨어러블 기기가 오히려 운동에 대한 부담감을 키워 방해 요소가 될 수 있다는 연구 결과가 뒤늦게 소개됐다.
2일 사이언스오브유에스 등에 따르면 미국 듀크대 조던 엣킨 교수는 지난해 12월 보고서를 통해 웨어러블 기기로 활동을 측정하는 행위가 활동을 하는 즐거움을 떨어뜨린다고 주장했다. 기술의 도움으로 운동량을 늘릴 수는 있어도 이는 의무감 때문이지 운동을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는 게 그의 지적이다. 엣킨 교수는 먼저 95명의 학생을 두 집단으로 나눠 한 무리에겐 걸음 수가 표시되는 만보기를, 다른 무리에겐 숫자를 볼 수 없는 만보기를 지급했다. 산책 결과 걸음 수를 볼 수 있었던 집단이 더 많은 거리를 걸었지만 ‘걷는 행위가 행복했느냐’는 질문에는 걸음 수를 몰랐던 집단이 더 긍정적으로 답했다. 엣킨 교수는 “측정 결과가 외부 자극이 돼 활동을 놀이보다 일로 느끼게 되는 것으로 파악된다”고 설명했다.
리키 더스 영국 런던대 교수와 마이크 쿠레이 애쉬리지 경영대학원 교수가 지난해 6월 피트니스 밴드 ‘핏비트’ 착용 여성 2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공동연구에서도 응답자의 80%는 운동 목표 달성에 대한 압박감을 느낀다고 답했다. 30%는 운동량을 달성하지 못했을 때 죄책감에 시달렸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2분기 전 세계 웨어러블 판매량은 2,250만대로 지난해 2분기보다 17.8% 증가했다. 엣킨 교수는 “운동을 측정하기 시작하면 행위 자체에 대한 즐거움보다 얼마나 많은 운동을 하고 있는 지에 집중하게 된다”며 “운동량을 확인하는 것과 운동의 즐거움을 유지하는 것 사이의 균형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맹하경 기자 hkm07@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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