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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관정ㆍ소공로… 이들 또한 지켜야 할 대한제국의 유산

입력
2016.10.02 14: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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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수궁 전경. 안창모 제공
덕수궁 전경. 안창모 제공

덕수궁에 ‘대한제국역사관’이 개관된 지 2년이 되었다. 오랫동안 조선의 부록처럼 인식되었던 대한제국이 자신을 드러내는 전시관을 갖게 된 것이다. 대한제국이 멸망한지 104년만의 일이다. 충분하지는 않지만, 대한제국이 다시 조명되는 상징적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대한제국이 사회적 관심을 받은 첫 사건은 미대사관아파트 신축이었다. 덕수궁의 선원전 터였던 경기여고 부지를 구입한 미국이 직원아파트를 짓겠다고 하자, 시민의 반대가 시작되었고, 서울시의회에서 ‘덕수궁 터 미국대사관 및 직원아파트신축 반대결의안’이 의결되었으며, 시민단체의 반대운동으로 2011년 선원전 터를 되찾을 수 있었다.

선원전은 역대 임금의 초상화를 모신 곳으로, 궁궐의 정통성을 상징하는 전각이다. 황궁의 신성한 장소가 외국 소유가 된다는 사실이 마치 나라를 빼앗기고 유린된 우리 근대사와 맞물리면서 시민들의 뜻이 모여 선원전 터를 되찾을 수 있었다.

문화재청은 2015년 광복 70년에 맞춰 조선총독부에 의해 해체된 선원전 복원계획을 발표했고, 최근에는 돈덕전 복원 등 대한제국의 역사성 회복 프로젝트를 서두르고 있다. 서울시는 정동일원에 역사현장의 가치 보존과 회복을 위한 지구단위계획을 수립했으며, 대한제국의 도시개조사업을 조명하고 역사환경 복원을 위한 사업을 시작했다. 중구에서도 러시아공사관 복원 계획을 발표했고, 대한제국에서 잊힌 벨기에의 존재와 의미를 조명한 남서울미술관의 전시회도 있었다.

가히 ‘대한제국 붐’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나 잊혔던 역사가 다시 살아나고 있는 것만은 아니다. 왜곡된 근대사의 실체가 밝혀지면서, 역사를 바로 잡아줄 현장이 하나 둘 드러나고 있다. 정동에서는 독일로부터 구입한 땅을 궁역에 포함시키기 위해 만들었던 운교의 현장과 모습이 밝혀졌고, 덕수궁 둘레 길의 일부가 영국대사관에 의해 불법으로 점유되었으며, 대한제국의 첫 영빈관이었던 대관정 터에서 유구가 발견되었고, 소공로는 100여년의 역사가 담긴 대한제국의 길이라는 사실도 밝혀졌다.

새롭게 밝혀진 역사적 장소에 대한 역사성 회복이 검토되는 가운데, 대관정의 유구와 대한제국의 길인 소공로의 역사성은 호텔건축으로 사라질 위기에 처해 있다.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고 한 신채호선생의 말이 있다. 단재가 언급한 역사는 ‘찬란한’역사 뿐 아니라, 다시는 반복되지 않아야 할 ‘부끄러운’역사를 말한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이라고 했다. 보지 않으면 잊힌다. 2017년 대한제국 출범 120년을 맞이하여 많은 행사가 기획되고 있다. 대한제국을 재조명하는 것은 대한제국이 훌륭한 나라였다는 것을 증명하려는 것이 아니다. 우리가 왜, 어떻게 나라를 잃었는지를 제대로 알아야, 다시는 주권을 잃지 않는 나라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일본이 정리해 놓은 역사를 우리 것으로 배울 수는 없지 않은가? 역사의 현장을 지키는 것은 대한제국의 역사 바로 알기와 역사의 교훈을 얻는 시작이다. 앞으로 3번에 걸쳐 우리가 지켜야 할 대한제국 도시와 건축의 현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대한제국의 길, 소공로와 대한제국의 첫 영빈관인 대관정 터(왼쪽 빈 터). 안창모 제공
대한제국의 길, 소공로와 대한제국의 첫 영빈관인 대관정 터(왼쪽 빈 터). 안창모 제공

안창모 경기대대학원 건축설계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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