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방부, 성주 골프장으로 사드 부지 변경 발표
김천 혁신도시와 불과 8km…원불교 성지와도 가까워
오락가락 결정에 軍신뢰도 추락…혼란가중
국방부 차원의 공식 브리핑도 생략
中 “한반도 평화 유지에 도움 안된다”
/그림 1국방부가 경북 성주군 초전면의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을 사드 배치 지역으로 밝힌 30일 오후 서울 용산구 국방부 앞에서 사드한국배치저지전국행동 회원들이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갖고 있다. 서재훈기자
국방부가 30일 우여곡절 끝에 경북 성주군 초전면에 위치한 성주골프장(롯데스카이힐 성주CC)을 주한미군의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장소로 재결정했다. 지난 7월 13일 한미 군 당국이 성주포대에 사드를 배치한다는 계획은 79일 만에 번복됐다.
국방부는 이날 사드 최종 적합지 발표에 앞서 현지 주민들을 자극하지 않도록 신중한 행보를 했다. 한민구 국방부 장관은 국회를 상대로 사전 설명을 했고, 류제승 국방정책실장은 성주군에, 황희종 기조실장은 성주골프장에 접한 김천시로 가 주민 설득에 나섰다. 그러나 김천시장 등이 만남을 거부하며 반발하자 공식 발표를 하지 않고 보도자료를 배포하는 방식으로 사드 이전 배치를 공식화 했다. 현지 분위기가 예상보다 악화하자 국방부는 공식 브리핑도 하지 않았다. 국방부는 브리핑을 요구하는 기자들에게 “해당 지방자치단체 관계자들에게 설명한 것이 공식 발표이며, 공개 발언은 지역 민심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거부했다.
국방부는 보도자료에서 “성주 스카이힐 골프장이 위치한 달마산이 부지 가용성 평가기준을 가장 충족한 것으로 나타나 한미 국방부는 이곳을 최종적인 주한미군 사드 체계 배치부지로 결정한다”고 밝혔다. 앞서 국방부는 지난 8월 성주군이 사드배치 부지를 성주포대에서 다른 곳으로 이전해달라고 요청하자, 성주골프장과 금수면 염속봉산, 수륜면 까치산 등 3곳에 대해 실사를 벌여왔다.
군 당국은 까치산과 염속봉산은 산림훼손을 포함해 대규모 토목 공사가 필요한 반면, 성주골프장 부지는 기반시설이 구비돼 있어 사드 배치에 적합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성주골프장은 해발고도 680m에 위치해 있고 성주군청에서 18km 떨어져 있어 사드 레이더 전자파 유해성 논란을 피할 수 있는 장점도 있다. 국방부 발표에 대해 롯데 측은 “국가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정부 결정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국방부는 최근 경기도 한 국유지와 골프장 부지를 맞바꾸자고 롯데에 제안한 것으로 알려졌다. 군은 내년까지 사드를 배치한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군이 사드를 성주군 외곽으로 이전 배치키로 하면서 김천시의 반발은 확산되고 있다. 성주골프장은 성주군 소속이지만, 골프장 북쪽 8km 떨어진 김천혁신도시에 시민 1만3,000여명이 살고 있다. 또 골프장에서 1.9㎞ 떨어진 곳에는 원불교 2대 종법사인 정산종사의 생가와 원불교 대각전이 있어 원불교 측도 반발하고 있다. 때문에 정부가 사드 배치 결정 과정에서 발생할 다양한 측면을 치밀하게 고려하지 않아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처음부터 성주골프장 부지로 결정했다면, 정부와 현지 주민 간 갈등을 줄일 수 있었다는 지적이다.
성주포대가 최적합 부지라는 당초 군 당국의 입장도 무색해졌다. 류제승 실장은 지난 7월 성주포대를 두고 “사드 체계의 군사적 효용성을 극대화하고 지역주민의 안전을 보장하면서 건강과 환경에 영향이 없는 최적의 부지”라고 설명했다. 이번에 군 당국은 이런 판단을 번복, 군에 대한 신뢰도를 스스로 실추시킨 꼴이 됐다.
국내 혼란이 반복되며 중국의 사드에 대한 강경한 입장도 더 힘을 얻는 분위기다. 겅솽(耿爽)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이날 정례브리핑에서 “미국의 한반도 사드 배치는 유관 국가의 안전 관심사를 해결할 수 없으며, 한반도 비핵화 목표 실현을 돕지 못하고 한반도 평화와 안정 유지에 도움이 안 된다”고 반발했다. 이어 “중국은 이에 대해 결연히 반대하며 국가안전 이익과 지역 전략 균형을 유지하는 데 필요한 조치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조영빈 기자 peoplepeople@hankookilbo.comㆍ 양정대 베이징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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