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무공 이순신 장군이 노량해전에서 죽음을 맞기 전 결전 의지와 작전 계획을 담은 서한의 내용이 처음 공개됐다. 박현규 순천향대 중어중문과 교수는 30일 국방부와 군사편찬연구소 등의 공동 주최로 전남대 여수캠퍼스에서 열린 국제학술대회에서 발표한 논문을 통해 선조와 좌의정 이덕형, 이순신 장군이 명나라 감군(監軍) 왕사기에게 보낸 8통의 간찰을 처음 소개했다. 이 간찰은 왕사기 후손들이 ‘장안 왕씨 족보’에 내용을 수록해 보전된 것이다. 현재 알려진 이순신 장군의 간찰 중 마지막 기록이다.
임진왜란 막바지인 1598년 11월 노량해전을 앞두고 쓰여진 간찰에는 이순신은 왜군이 육로로 퇴각할 것임을 암시하는 정보들을 언급하며 "왜군 동정은 믿을 것이 못 된다"고 밝혔다. 순천 왜교에 사실상 고립된 상태에 있던 왜장 고니시 유키나카(小西行長)가 해로를 통한 퇴각을 모색하고 있었음을 간파한 것이다. 당시 좌의정 이덕형은 이순신의 밀계를 동봉해 명군의 왕사기(王士琦)에게 보내며 “만약 그들을 몰아 소굴에서 벗어나면 바다 가운데에서 막아 살해하면 가장 기묘한 책략이 되옵니다”라고 적었다. 당시 명나라 수군이 왜군의 회유에 넘어가 왜군 퇴로를 열어줄 수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해로를 통해 퇴각하는 왜군을 선제 공격해야 한다고 촉구한 것이다.
이번 간찰은 ‘조선왕조실록’ ‘이 충무공 전서’ ‘난중일기’ ‘이덕형 문집’ 등 국내 임진왜란·정유재란 관련 사료에서 찾아볼 수 없던 것이다. 김경록 군사편찬연구소 선임연구원은 “조명연합군의 작전에 소극적이었던 명군을 설득해 일본군의 퇴로를 차단·섬멸하고자 했던 이순신 장군의 의지를 보여주는 자료로 역사적 의미가 매우 높다”고 평가했다. ?조영빈 기자 peoplpeople@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