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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평선] 부천 성주초의 <별> 이야기

입력
2016.09.30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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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실은 호기심으로 술렁거린다. 블라인드가 내려진 실내는 약간 어둑하지만 어린이 삼십 여명의 눈망울은 오히려 총총하다. 어린이들의 시선이 향한 곳은 교단 쪽 HD TV다. 알퐁스 도데의 단편소설 <별>을 성우들이 라디오극으로 꾸민 오디오 콘텐츠와, 그 내용에 맞춰 샌드아트를 구현한 융합영상이 흐른다. 이윽고 <별>의 마지막 장면이다. 밤새 별 이야기를 듣던 스테파네트 아가씨는 어느새 목동의 어깨에 기대 잠이 들고, 정작 아가씨 영상은 목동이 바라보는 밤하늘 멀리 또 하나의 별이 되어 떠오른다.

▦ 9월 27일 경기 부천 성주초등학교 5학년 1반에서는 올 2학기부터 일부 초ㆍ중학교에서 시작된 <청소년 오디오 문학극장>이 열렸다. 눈으로 읽는 것과 귀로 듣는 건 다르다. 성우들이 정확한 발음과 호흡, 감정을 실은 풍성한 목소리로 구현해 내는 문장을 귀 기울여 듣는 건, 그 자체로 우리말 문장의 구성과 성분, 리듬 등을 자연스럽게 체득하는 수업이기도 하다. 게다가 고운 사막모래 위에서 놀라운 솜씨로 그려지는 움직이는 삽화, 곧 샌드아트는 학생들의 상상력을 자극하는 각성제가 된다.

▦ 오디오 문학극장엔 등단 문인들이 문학체험 지도사로 출연한다. 이날은 원재훈 시인이 나섰다. 시인은 정규 국어시간에 배울 건 설명에서 뺐다. 대신 좋은 문단 하나를 골라 그 뜻을 생각하면서 큰 소리로 함께 읽어보기를 시켰고, 그 중 가장 좋은 한 문장만 다시 골라 외워보자고 했다. 학생들은 역할극을 재미있어 했다. 성우처럼 일부 대사를 해 보는 건데, 남자 어린이들이 오히려 스테파네트를 간드러지게 연기해 교실에 웃음이 파다했다.

▦ 왁자함이 잦아들자 시인의 마지막 질문이 이어졌다. “목동에게 스테파네트라는 별이 있듯, 여러분 가슴 속에도 저마다 별이 있어. 사랑하고 그리운 모든 것이 그 별들이지. 그런데 왜 하필 작가는 사랑하는 걸 닿을 수 없이 멀리 있는 별로 그려냈을까?”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신나는 예술여행> 선정 프로그램인 오디오 문학극장은 점차 공연 학교를 확대해 나갈 계획이다. 교실 뒤편에 선 채 공연을 지켜 본 이용연 성주초 교장은 “인터넷과 모바일의 범람 속에서 늘 독서교육을 생각한다”며 “귀 기울여 듣는 문장, 샌드아트, 시인과의 대화 등을 통해 아이들도 문학독서의 새로운 맛을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장인철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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