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영웅입니다. 항상 기억하겠습니다’, ‘우리들의 큰 언니, 항상 응원합니다’
30일 경기 여주 솔모로 골프장에서 펼쳐진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투어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 대회 1라운드는 선수들의 샷 대결 못지않게 캐디빕(캐디가 입는 조끼)에 적힌 글귀가 이목을 끌었다. 이 대회 호스트인 박세리(39ㆍ하나금융)에 대한 감사와 응원 글이다.
OK저축은행 박세리 인비테이셔널은 국내 대회 사상 여자 선수의 이름을 걸고 치르는 유일한 대회다. 올해 7회째를 맞는 이 대회는 박세리가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 여자대표 감독을 맡아 박인비(28ㆍKB금융그룹)의 금메달을 일궈낸 뒤 열리고 있다. 게다가 박세리는 13일 인천에서 열리는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KEB하나은행 챔피언십을 마지막으로 정든 필드를 떠난다.
이 때문에 선수들은 각자 캐디빕에 박세리에 대한 감사와 은퇴 이후 제2의 삶을 응원하는 글귀를 적어 넣었다. 디펜딩 챔피언 박성현(23ㆍ넵스)은 ‘박세리 프로님 짱’이라는 글귀를 선택했다. 박성현은 “나름 머리를 짜냈다”면서 “좋은 말은 많아도 박세리 프로님에 대한 내 마음을 가장 잘 압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고진영(21ㆍ넵스)은 ‘제가 골프를 시작하게 된 계기는 프로님입니다. 감사합니다’라고 골프 선수의 길로 이끈 박세리에 감사를 표했다.
변현민(26ㆍAB&I)은 ‘응답하라 1998! 영광하라! 박세리!’라고 썼다. 박세리가 ‘맨발 투혼’으로 전 국민을 감동시킨 1998년 US여자오픈을 기린 것이다. 윤슬아(30ㆍ파인테크닉스)는 ‘끝이 아니라 또 다른 시작을 응원합니다’라며 은퇴하는 박세리가 제2의 인생을 멋지게 꾸려나가길 기원했다.
박세리는 “후배들의 정성이 놀랍기도 하고 무엇보다 뿌듯했다”고 활짝 웃었다.
한편 생애 첫 타이틀 방어와 시즌 8승에 도전하는 박성현은 이날 1언더파 71타를 쳐 선두와 4타차 뒤진 공동 34위에 머물렀다. 하지만 박성현은 “흐트러진 샷이 돌아와서 만족스러운 경기였다”면서 “퍼팅만 따라준다면 선두 그룹을 따라잡을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1라운드는 공동선두에 6명이 몰리는 혼전이 벌어졌다. 5언더파 67타를 친 공동 선두 그룹에는 지난해 이 대회 준우승자 김해림(27ㆍ롯데)과 올해 연장전에서 두 번이나 패한 신인 김지영(21ㆍ올포유), KLPGA 투어 최장신(179㎝)인 신인 박지연(21ㆍ삼천리)이 올랐다. 또 상금랭킹 122위에 그쳐 내년 출전권 유지가 벅찬 이시온(27ㆍ바이네르)과 앞선 대회에서 시즌 첫 컷 탈락의 아픔을 겪은 장수연(22·롯데), 미국 무대에서 돌아온 박주영(26ㆍ호반건설)도 공동 선두에 올랐다.
김기중 기자 k2j@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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