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로 개구리가 되려는 왕자, 그 결말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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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개구리가 되려는 왕자, 그 결말은…

입력
2016.09.30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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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둘은 영원히 행복했답니다'로 마무리 되는 '개구리 왕자'의 장막 뒤엔 어떤 이야기가 도사리고 있을까. 존 셰스카는 발랄한 유머로 이 호기심을 펼쳐 보인다. 보림 제공

개구리 왕자 그 뒷이야기

존 셰스카 글, 스티브 존슨 그림ㆍ엄혜숙 옮김

보림 발행ㆍ30쪽ㆍ1만1,000원

용을 뜻하는 순 우리말 ‘미르’에 대한 관심이 높다. 미르 재단에 대한 소문, 이른바 ‘뒷담화’가 무성하기 때문일 것이다. ‘세상이 수상해지면 출몰하는 오래된 미디어’로 ‘소문’을 정의한 사회심리학자 마쓰다 미사에 의하면 이 소극적 공격 행위는 집단의 리더가 전제적일 때, 사회적으로 불안 심리가 만연할 때, 더욱 번성한다고 한다. 용의 자금으로 개구리만큼 일해 왔다는 이 집단에 대한 소문은 특히 개구리만한 지원금으로 문화 운동하느라 잠 아끼고 배 곯아가며 일하는 이들의 노여움을 사고 있다. 그 돈으로 도서관 미술관 영화관 공연장을 지었더라면 모두 함께 읽고 보고 춤추고 노래하는 시간을 ‘용’만큼 만들어내었을 텐데!

옛이야기 그림책을 정리하는 와중에, 그래서, 개구리가 용이 된 이야기 ‘개구리 왕자’보다 ‘개구리 왕자 그 뒷이야기’에 손이 갔다. 뒷이야기(back ground story)라기보다는 속편(sequel)이라고 할 만한 이 그림책이 세련된 냉소를 슬쩍슬쩍 비치면서도 따스하고 발랄한 유머를 그득히 품고 있다는 점이 얼마나 위로가 되는지. 기발한 이야기꾼으로 이름난 존 셰스카의 유쾌한 글과 스티브 존슨과 루 팬처 부부가 공동작업한 그림을 느긋이 즐기노라면, 저마다의 기쁨과 사랑으로 살아가는 자연세계를 떠올리게도 된다.

이 그림책을 제대로 즐기자면 전편에 해당되는 ‘개구리 왕자’를 기억해야 할까. 공주가 연못가에서 놀다 공을 빠트리고 울고 있을 때 나타난 개구리, 공을 건져주는 대가로 내건 약속에 의해 마법이 풀려 왕자로 돌아오고 마침내 공주와 결혼한다는 이야기 말이다. 친절한 존 셰스카가 첫 장면에 전편을 단 석 줄로 요약해두긴 했다. ‘공주는 개구리에게 입을 맞추었습니다./ 개구리는 왕자로 변했지요./ 그래서 둘이는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끝 장면에서 시작하는 첫 장면이라니!

두 번째 장면은 그야말로 뒷담화 풍의 후일담이 펼쳐진다. (개구리로 살던 습성대로)‘그렇게 혀 내미는 거, 그만두지 못해요!’ ‘제발 집안에서 팔짝거리며 돌아다니지 말아요!’ ‘…밖으로 나가서 용이나 거인을 무찔러요!’ 등등 왕관이 장식된 의자에 앉아 뾰족한 잔소리를 퍼붓는 공주, 개구리 모양 의자에 앉아 시큰둥하게 투덜대는 왕자, 축 늘어진 시든 장미…. 절망한 왕자는 어느 날 개구리로 돌아갈 결심을 하고 다시 마법을 걸어 줄 마녀를 찾아간다.

우리가 익히 아는 옛이야기 속의 온갖 짓궂고 사악한 마녀들을 하나하나 찾아 다닌 끝에 ‘신데렐라‘의 착한 요정을 만나는 행운과 엉뚱하게 마차가 되어 숲 속에 주저앉게 되는 불운을 두루 겪으며 공주와의 삶이 행복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마차 왕자는 세상의 모든 마법이 풀리는 열두 시 종소리에 의해 무사히 성으로 돌아온다. 잔소리를 해대긴 하지만 태산같이 자기를 걱정하고 있었던 공주, 개구리였던 자기에게 입을 맞춰주었던 그 사랑을 다시 확인한 왕자는 기쁨에 넘쳐 공주에게 입을 맞춘다. 그리하여 벌어진 전복적인 해피엔딩은 누설하지 않겠다.

훌륭한 예술 작품이 그렇듯 훌륭한 그림책은 펼쳐들 때마다 지금 나의 심상에 맞는 감동을 준다. 이번엔 ‘개구리 왕자’말고 개구리는 ‘개구리’로, 왕자는 ‘왕자’로 저마다 살고 사랑하는 법을 읽는 감동을!

이상희 시인ㆍ그림책 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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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책, 세상을 그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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