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메르츠방크도 대규모 구조조정
코스피 1.21% 하락 상승분 반납
거액의 벌금 폭탄을 받아 유동성 위기에 몰린 독일 최대은행 도이체방크가 펀드런(대규모 자금 인출) 사태로 또 다시 휘청대면서 전 세계 금융시장이 출렁였다. 일부 헤지펀드들이 돈을 빼나가기 시작한 것인데, 2008년 미국 리먼브러더스 파산 역시 헤지펀드 이탈이 기폭제가 됐다는 점에서 ‘제2 리먼 사태’에 대한 공포도 확산되고 있다.
30일 파이낸셜타임스(FT)와 블룸버그통신 등에 따르면 밀레니엄파트너스, 캐플라 인베스트먼트 매니지먼트, 시타델 등 10곳 헤지펀드들이 도이체방크로부터 수십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인출했다. 이들은 도이체방크를 통해 파생상품을 거래하는 헤지펀드들로, 보유하고 있던 파생상품을 다른 은행으로 옮기고 현금도 인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미 법무부의 벌금 폭탄에 더해 펀드런 조짐까지 나타나면서 금융시장에선 위기가 은행권 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고조되고 있다. 현재까지는 자금 이탈 규모가 미미한 편이지만, 공포감이 번질 경우 급격히 불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블룸버그는 “파생상품에 대한 도이체방크의 위험노출액(익스포저)이 51조 달러 규모에 달한다”며 도이체방크 파산 시 피해는 가늠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독일 2위 은행 코메르츠방크가 대규모 구조조정 계획을 발표한 것도 위기 확산 공포에 기름을 부었다. 코메르츠방크는 이날 전체 인력의 20%에 달하는 9,600명을 감원하고 당분간 배당을 삭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금융시장은 크게 출렁였다. 뉴욕증시에 주식예탁증서(ADR) 형태로 상장된 도이체방크 주가는 29일(현지시간) 6.3%나 급락했다. 장중 낙폭은 9.1%에 달했다. 이 영향으로 미국 주요 증시는 1% 내외 하락세를 보였다. 우리나라 코스피지수도 25.09포인트(1.21%) 내린 2,043.63에 장을 마치며 전날 원유감산 소식에 따른 상승분을 고스란히 반납했다. 일본(-1.46%), 홍콩(-1.47%), 싱가포르(-1.01%) 등 아시아 주요 증시도 일제히 내렸다. 서상영 키움증원 투자전략팀 연구위원은 “헤지펀드까지 자산 회수에 나서면서 도이체방크 위기가 파생상품 시장 전반으로 확산되는 거 아니냐는 시장의 우려가 반영된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아직까지는 위기가 과대 평가됐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김윤선 국제금융센터 연구위원은 “독일 정부가 이를 해결할 능력이 있는 만큼 단독 이슈로서의 파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
김동욱 기자 kdw1280@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