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중 큰 中사업 악재 우려
검찰수사 등 겹쳐 말 아껴
“국가 안보의 엄중한 상황을 고려해 긍정적으로 검토하겠다.”
롯데그룹은 30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ㆍ사드) 배치 부지로 경북 성주군 초전면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이 선정되자 이렇게 공식 입장을 밝혔다. 롯데스카이힐 성주골프장 관계자는 “관련 내용에 대한 협조 공문을 어제 받았고 내부 회의를 통해 이러한 입장을 구두로 이미 통보했다”며 “추후 절차에 대해서는 국방부와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국가 안위와 직결된 사안인 만큼 최대한 협조하겠다는 게 롯데그룹의 방침이다. 이는 사실상 정부의 결정을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그러나 롯데의 속내는 복잡하다. 무엇보다 중국이 사드 배치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의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게 가장 큰 고민이다. 사드가 롯데 땅에 배치되는 것은 중국 사업 비중이 큰 롯데엔 결코 달갑지 않은 일이다. 실제로 일부 중국 매체는 “사드에 협조하는 기업이나 단체에는 경제 보복을 해야 한다”고 선동하고 있다. 2009~15년 롯데그룹의 중국 사업 매출은 총 17조원을 넘었다. 롯데면세점의 경우 중국 관광객 비중은 60% 이상이다. 사드 역풍을 맞을 경우 롯데의 중국 사업은 위기에 처할 수도 있다.
하필 중국 국경절 연휴(10월 1~7일)를 맞아 중국 관광객들이 밀려오는 때에 사드 부지 최종 발표가 난 데 대해서도 롯데는 곤혹스러운 표정이다. 자칫 연중 최대 대목인 중국 국경절 특수가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국경절이 끝난 이후에도 중국 사업을 계속 확대해야 하는 롯데그룹의 입장에선 중국을 자극할 수 있는 사안은 가급적 피하는 게 상책이다.
그렇다고 기업 입장에서 국가의 안위가 달린 사안에 무작정 반대 목소리를 낼 수도 없다. 마무리 국면이지만 롯데에 대한 검찰의 강도 높은 전방위 수사는 여전히 진행 중이다. 법원에서 기각되긴 했지만 총수에 대해선 구속영장까지 청구됐다.
롯데 계열사 관계자는 “‘국가안보’와 관련된 사안에 일개 기업이 무슨 입장을 이야기할 수 있겠느냐”며 “할 말은 많지만 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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