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몬 페레스 前대통령 장례식
80여개국 정상급 지도자 참석
아바스 팔레스타인 수반과 악수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눈길
28일(현지시간) 별세한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의 장례식에 80여개국 정상급 지도자들이 대거 참석하면서 오랜만에 초대형 ‘조문(弔問) 외교’ 이벤트가 벌어졌다. 중동 평화의 초석을 놓은 페레스 전 대통령을 조문하기 위해 모여든 정상들로 인해 장례식장은 대형 국제회의를 방불케 했고, 다양한 정치적 의미를 담은 지도자들의 메시지도 넘쳐났다.
30일 오전 예루살렘 의회(크네세트)와 장지인 헤르츨 국립묘지에서 진행된 장례식에는 버락 오바바 미국 대통령, 빌 클린턴 전 대통령, 프랑수아 올랑드 프랑스 대통령,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 반기문 유엔사무총장, 찰스 영국 왕세자 등 정상급 인사들과 함께 마무드 아바스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참석해 눈길을 끌었다. 2010년 이후 처음으로 이스라엘을 방문한 아바스는 1993년 오슬로 협정 서명 당시 외무장관이었던 페레스와 동석했던 인연을 언급하며 자청해 장례식을 찾은 것으로 전해졌다. 팔레스타인 측은 “페레스와 마찬가지로 우리도 평화를 원한다는 의사를 전하고 싶었다”고 아바스의 조문 이유를 밝혔다.
AFP통신에 따르면 행사가 시작된 오전 9시를 전후해 장례식장과 조문단을 맞이하는 예루살렘 의회 주변 거리는 5만 명이 넘는 인파로 북적였다. 특히 정상들을 비롯해 최소 80개 국으로부터 파견된 조문단을 경호하기 위해 이스라엘은 경찰 8,000여명을 동원해 장례식장을 물샐틈 없이 통제했다. 1995년 이츠하크 라빈 총리 장례식 이후 이스라엘에서 열린 가장 큰 행사로 기록된 이번 장례식은 페레스 전 대통령이 생전에 직접 짜놓은 절차와 방식에 따라 진행됐다. 페레스는 라빈 전 총리의 곁에 안치될 것으로 전해졌다.
장례식 현장 곳곳에선 조문과 더불어 정상들의 분주한 움직임이 눈에 띄었다. 이날 오전 일찌감치 예루살렘에 도착한 오바마 대통령과 클린턴 전 대통령은 유대인을 상징하는 모자(키파)를 쓰고 조문한 후 애도의 메시지를 담은 연설을 했다. 일각에선 미국 현ㆍ전직 대통령의 동시 조문에 대해 “대선에서 유대인 표심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는 지적도 나왔다. 강경 보수파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행사 전 대중 앞에서 이례적으로 아바스 수반과 악수를 나눈 장면도 눈길을 붙잡았다. CNN은 이스라엘 총리실이 두 정상의 다정한 모습을 동영상으로 촬영해 곧바로 트위터에 올린 사실을 의미있게 전하기도 했다.
양홍주기자 yanghon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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