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새로운 대북 제재 카드로 꺼내든 금융제재는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거래망에서 북한을 퇴출하는 것이 핵심이다. SWIFT는 1973년 은행 사이의 송금을 원활하게 할 목적으로 개설된 협동조합 형태의 기관으로, 본부는 벨기에에 있다. 200여개 국가의 1만1,000여개 금융기관이 가입돼 있다.
SWIFT는 회원으로 가입된 은행들이 서로 메시지를 주고받을 수 있도록 고도의 보안성을 갖춘 통신망을 제공한다. SWIFT망을 통해 송금이나 무역대금 결제가 이뤄지는데, 그 건수는 하루 수천만건에 달한다.
SWIFT는 벨기에 국내법 적용을 받지만, 실제 미국 등 서방 강대국의 영향을 크게 받고 있다. 외환당국의 한 관계자는 “미국이 SWIFT에서 북한을 퇴출시킬 법적 권한은 없다”면서도 “그러나 미국의 모든 국제제재에서 보듯 미국을 거스른 기관이나 국가에 대해 미국 금융망 접속을 불허해 버리기 때문에 미국 정부의 의지가 관철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풀이했다. 미국만 결심하면 북한을 SWIFT망 밖으로 내몰아 주요 국제 금융기관에서의 송금을 원천적으로 배제시키는 것이 가능하다는 얘기다. 이와 관련 2013년 독일 잡지 슈피겔은 “미국 국가안보국(NSA)은 SWIFT망을 통해 국제 은행 거래를 광범위하게 감시하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대북 금융거래를 금지하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제재에 비해, SWIFT망 퇴출은 북한에 대해 좀 더 실효성 있는 제재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안보리 제재는 위에서 내려오는 규범적 제재인 반면, SWIFT 규제는 송금을 직접 처리하는 현장에서 원천적으로 차단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2012년 미국은 핵개발에 착수한 이란을 응징하기 위해 이란의 30여개 은행을 SWIFT 체제에서 배제해, 상당한 효과를 거둔 적이 있다.
다만 북한이 SWIFT 체제에서 퇴출되더라도, 여전히 중국 등을 통해 국제 금융망을 이용할 우회로가 남아 있다는 점은 문제로 지적된다. 이와 관련 중국은 지난해 미국 등 서방이 독점한 국제금융체제에 대항할 목적으로 위안화 중심의 중국국제결제시스템(CIPS)을 도입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러시아는 SWIFT망 대신 CIPS를 국제 결제에 쓰는 것을 적극 검토 중이다.
이영창 기자 anti092@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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