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쩌민과 동급… 세력 강화 포석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 전 주석을 역대 최고지도자 반열로 격상시켰다. 내년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가 본격화하는 시점이어서 ‘시진핑-후진타오 연대설’로 해석되는 분위기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와 관영 신화통신은 30일 시 주석과 리커창(李克强) 총리를 비롯한 중국 최고지도부가 전날 ‘후진타오 문선(文選)’ 보고회에 참석한 사실을 일제히 대서특필했다. 최근 출간된 후진타오 문선에는 그의 지도사상인 과학발전관을 중심으로 1988~2012년까지 그가 행한 보고ㆍ강연ㆍ담화ㆍ서한 등 242편의 저작물이 실려 있다.
시 주석은 이 자리에서 후 전 주석의 과학발전관을 당의 주요 지도사상으로 격상시킴으로써 그를 장쩌민(江澤民) 전 주석 수준의 역대 최고지도자 반열에 올려놓았다. 시 주석은 “마오쩌둥(毛澤東) 사상과 덩샤오핑(鄧小平) 이론, 장쩌민 전 주석의 3개 대표론과 마찬가지로 후진타오 동지의 과학발전관을 충실히 관철시켜야 한다”면서 “앞으로 후진타오 문선 학습은 당의 사상과 정치 건설, 당원 간부의 이론학습 교육에서 중요한 우선순위”라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후진타오 띄우기’에 나서면서 양측간 연대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다. 내년 제19차 공산당대회에서 선출될 차기 지도부 구성 논의가 본격화할 제18기 중앙위원회 제6차 전체회의(18기 6중전회)를 한 달여 앞둔 민감한 시기인데다 최근 시 주석과 장 전 주석 간 권력투쟁설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사실 올해 들어 시 주석과 장 전 주석은 다소 껄끄러운 관계였다. 시 주석은 후 전 주석과 리 총리의 권력기반인 공산주의청년단 중앙조직의 축소를 지시했고, 지난 7월에는 후 전 주석의 비서실장을 지낸 링지화(令計劃) 전 부주석이 부패혐의로 무기징역을 선고받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리 총리는 실각설에까지 휩싸였다.
하지만 시 주석이 차기 지도부 구성 문제를 두고 장 전 주석을 정점으로 한 원로들과 관계가 틀어지면서 세력 약화에 고민해온 후 전 주석과 손을 잡았다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사실상 1인 지배체제를 구축해가는 시 주석에게 있어 최대 걸림돌은 원로들의 정치적 영향력이고 그 정점에 장 전 주석이 있다”면서 “시진핑-후진타오 연대 움직임은 내년 당대회가 다가올수록 구체화 가능성이 높다”고 내다봤다.
베이징=양정대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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