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 재미의 발견

새로워진 한국일보로그인/회원가입

  • 관심과 취향에 맞게 내맘대로 메인 뉴스 설정
  • 구독한 콘텐츠는 마이페이지에서 한번에 모아보기
  • 속보, 단독은 물론 관심기사와 활동내역까지 알림
자세히보기
생지옥 된 맨해튼 출근길 “열차 멈추지 않았다”
알림
알림
  • 알림이 없습니다

생지옥 된 맨해튼 출근길 “열차 멈추지 않았다”

입력
2016.09.30 08:51
0 0
29일 대형 충돌사고가 발생한 미국 뉴저지 호보컨역에서 부상자들이 길거리에서 응급 처치를 받으며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29일 대형 충돌사고가 발생한 미국 뉴저지 호보컨역에서 부상자들이 길거리에서 응급 처치를 받으며 이송을 기다리고 있다. AFP 연합뉴스

허드슨 강 건너로 뉴욕 맨해튼의 빌딩 숲이 한눈에 보이는 미국 뉴저지주 호보컨 기차역은 29일(현지시간) 아침 한순간에 ‘생지옥’이 됐다.

오전 7시23분 뉴욕 주 스프링밸리를 출발해 뉴저지 주의 16개 기차역을 거치며 맨해튼으로 출근하는 승객 250여명을 태운 뉴저지 통근열차 패스캑밸리 라인의 1614호 열차가 8시45분쯤 종점인 호보컨 역 승강장으로 속도를 낮추지 못하고 돌진했다. 멈춰야 할 선로 끝에서 멈추지 않은 열차는 범퍼와 먼저 충돌한 후 공중으로 튕겨 올랐고, 선로를 이탈한 앞부분이 역사 안으로 들어와 기둥과 벽을 들이받은 뒤에야 멈췄다.

출근 시간 대에 북적이던 역사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됐다. 곳곳에서 비명이 들렸고 승객들은 피범벅이 됐다. 종착역에 거의 도착했는데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는 게 승객들의 공통된 진술이다.

29일 호보컨역 충돌 사고로 완파된 뉴저지 통근열차. AP 연합뉴스
29일 호보컨역 충돌 사고로 완파된 뉴저지 통근열차. AP 연합뉴스

이 사고로 역사의 기둥과 천장이 파손되면서 일순 콘크리트 더미들이 내려앉았다. 피범벅이 된 승객들이 열차의 유리창을 깨고, 잔해를 헤치면서 기어 나왔다고 목격자들은 전했다.

벽을 직접 들이받은 열차의 첫 칸은 마치 종이가 구겨지듯 찌그러졌다. 부상자 구조를 위해 첫 칸으로 기어들어간 ‘뉴저지 트랜짓’(사고 열차 운영 회사) 직원 마이클 라슨은 “첫 칸은 완전히 부서졌다. 천장 전체가 내려앉았고 좌석들도 파손됐다”고 말했다.

3, 4번째 칸에 타고 있었던 로스 바우어는 AP통신에 “열차가 급정거하더니 엄청난 굉음을 냈다”며 “승객들이 좌석에서 튕겨 나갔고 열차 내 전등이 꺼졌다. 뭔가 무너지는 것 같은 폭발음을 들었다”고 말했다. 폭발음은 역사의 지붕이 무너지는 소리, 또는 열차가 범퍼를 들이받으며 낸 소리였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또 다른 승객인 레온 오픈가든은 CNN방송에 “제일 앞쪽에 타고 있지 않아서 천만다행”이라면서 “열차가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 브레이크를 밟지 않았다. 그러더니 충돌했다”고 말했다. 충돌 후 “다쳤으면 움직이지 말고 그냥 열차 안에 있어라”라는 승무원의 말을 들었다는 그는 수트 차림의 옆자리 남성의 몸에서 피가 분출하고 있었다며 충격의 순간을 전했다.

플랫폼에 있다가 변을 당한 사람들은 이들보다는 경상이라고 당국자들은 말했다. 그런데도 유일한 사망자는 플랫폼에 서 있다가 잔해에 몸을 다친 30대 여성으로 파악되고 있다.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는 기자회견에서 열차가 매우 빠른 속도로 진입했으나 이유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미 백악관과 접촉했다면서 연방, 주, 지역 당국과 협조해 한 치의 차질없이 사고조사를 하겠다고 말했다. NBC방송은 조사 관계자들의 말을 인용해 이날 충돌이 단순 사고이거나, 기관사의 실수로 보인다고 전했다.

민주당 대선주자인 힐러리 클린턴은 아이오와 주 유세 중 “너무 마음이 아프다. 우리의 마음과 기도를 희생자들과 가족에게 보낸다”고 위로했다. 공화당 주자인 도널드 트럼프는 “끔찍한 사고를 당한 모든 사람에게 위로를 보낸다. 그리고 처음 현장으로 달려간 모든 사람에게 깊은 감사를 드린다”는 글을 트위터에 올렸다. 앤드루 쿠오모 뉴욕 주지사는 시몬 페레스 전 이스라엘 대통령의 장례식 참석을 취소했다.

사고가 발생한 호보컨 역은 109년 된 유서 깊은 역으로 뉴저지 주의 맨해튼 통근객을 태운 여러 열차 노선들이 집결하는 종점이자 대형 환승역이다. 승객들은 이곳에서 허드슨 강을 건너는 페리나 뉴욕-뉴저지를 잇는 지하철인 패스(Path)로 바꿔 타고 맨해튼으로 들어간다. 이곳 통근열차로 뉴저지에서 뉴욕시로 출근하는 사람은 매일 10만 명이 넘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Copyright ⓒ Hankookilbo 신문 구독신청

LIVE ISSUE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

0 / 250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