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탄 파낼수록 적자… 폐광 전 광부소득 보전할 대체산업 육성이 관건
-태백시 “정부 차원에서 폐광지역의 미래발전 계획 세워달라”
-화순군 “지역경제 파탄 최소화하는 에너지정책 수립을 기대”
-삼척시 “2개 탄광의 고용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
-진폐협 “광부들의 산업재해에 산재요양 범위 확대적용 필요”
점점 닫혀가는 탄광의 문!
과연 지하 수천m에서 탄을 캐던 광부들이 그 좁은 문을 가까스로 열고 밖에서 기다리는 가족들의 품으로 돌아올 수 있을 것인가?
매몰된 광부 이야기가 아니다. 정부의 ‘폐광정책’으로 인해 탄광 밖으로 내몰릴 위기 처한 광부들의 애타는 심정을 표현한 것. 어두운 갱도 속에 갇힌 그들을 기다리는 사람들은 비단 가족뿐만이 아니다.
탄광촌 주민들 역시 그들이 세상 밖으로 나와 햇빛보기를 고대하고 있다. ‘석탄산업 합리화조치’로 광부들이 일손을 놓는 순간 지역경제도 흔들릴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
◇“하늘의 빗방울이 곧 태백시민의 눈물일 것”
지난 7월14일 오후, 여름철 장맛비가 내리는 가운데 3천여명이 넘는 시민들이 태백시의 중심지인 중앙로에 모였다. (사)태백시지역현안대책위원회(위원장 유태호) 주최로 열린 ‘7.14 총궐기대회’. “하늘의 빗방울이 곧 태백시민의 눈물일 것”이라는 말도 들렸다.
이보다 앞서 유태호 위원장을 중심으로 한 현대위는 6월24일 정부 주요기관에 ‘태백시민의 간절한 요구이자 희망사항’을 전달했다.
외교통상부 장관, 기획재정부 장관에 대해서는 “정부의 석탄산업 구조조정 조치에 대한 대화채널인 실무협의체를 구성하자”고 제안하고, “폐광 대체산업으로 발족된 강원랜드 경영진이 폐광지역과 합의한 약속을 이행하지 않고 있으므로 이들을 일괄 퇴진시킬 것”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황교안 국무총리, 주요 정당 원내대표 및 청와대에 대해서는 “1989년 석탄산업합리화 정책으로 12만7천여명이던 태백 인구가 현재 4만7천명으로 절반 이하로 줄어 도시존립 자체에 문제가 있다”며 “관계부처에 요청한 실무협의체 구성과 강원랜드 경영진 퇴진이 이행될 수 있도록 특별한 관심을 가져달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현대위 박대근 사무처장은 “태백지역 석탄은 더 이상 캐려 해도 실제 5년의 채탄 분량 밖에 없다”며, “지역이 주도했던 대체산업은 지금까지 모두 실패했기 때문에, 이제는 중앙정부 차원의 큰 틀에서 폐광지역의 미래발전 계획을 세워달라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7.14 총궐기’에 대해 태백시도 9월6일 대응책 마련에 나섰다. 김연식 시장은 “현재의 기회요인을 살려 시민이 행복한 태백 만들기에 전력을 쏟겠다”는 것.
태백시가 설정한 ‘위기극복 재도약 발판을 위한 10대 기회 요인’의 주요 골자는 ▷오투리조트의 성공매각 ▷폐광지역 재도약을 위한 대체산업 유치 ▷강원랜드 2단계 사업 추진 ▷태백산 국립공원, ‘태양의 후예’ 촬영지, 클린시티 조성 등 도시차별화를 통한 관광객 유치 ▷스포츠산업단지의 조성 등.
◇“병든 산업전사 치유가 경제개발 시대에 대한 산업윤리”
‘위기의 태백시’를 극복하기 위해 지역기반 관계자들도 적극 나서고 있다. 그중 눈길을 끄는 단체는 경기?인천지역 거주 태백출신 주민들의 모임 태백살리기운동본부(가칭).
이 단체를 이끌고 있는 김균식 회장(경인매일 회장)은 “500명의 회원을 중심으로 10월 중순경 정식 활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태백 광부출신 진폐환자들의 노후생활에 대한 정부의 관심 촉구, 폐광지역 대체산업에 대한 현실적인 대응방안 건의, 타지역으로 간 이주민들에 대한 희망심기 등의 사업을 펼쳐나가겠다”고 밝혔다.
태백시에 본부를 둔 사단법인 한국진폐재해재가환자협회(회장 황상덕)도 석탄산업 재해환자들의 생계안정을 위한 대책 방안을 제안하고 있다.
협회 박용일 법률고문은 “강원랜드 및 블랙밸리컨트리클럽, 철암동 벽화마을 조성등의 대체산업 낙수효과가 태백지역 광산은퇴 근로자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쉽게 인지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폐광의 환경오염 해소를 장기적인 관점에서 실행, 기존의 관광지와 연계한 실버타운 조성 및 석탄관련 특화관광 상품을 개발하고, 청정 태백을 활용한 한우농장사업, 폐광지역의 냉기를 활용한 버섯 및 사과 재배를 지역 농협과 공동 추진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박 고문은 이어 “지난 60년대 경제개발기부터 ‘산업역군’이라 칭했던 광부들이 퇴직후 고강도 노동후유증으로 인해 대부분 생활의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며, “이들에 대한 산재요양 범위를 확대, 질병치유와 기초생활 안정화를 기반으로 지역경제의 자생력을 키워나가는 것이 태백의 산업윤리가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화순광업소 매장량 20년 채탄가능”
전남 화순군(군수 구충곤) 역시 석탄노조 화순지부 노조원들을 중심으로 정부의 폐광방침에 강력 반발하는 한편 대책 마련에 부심하고 있다.
부실 공기업 정리와 석탄산업 구조조정 정책의 1순위가 화순광업소였기 때문. 현재 이곳에는 211명의 노조원을 포함해 512명의 직원들이 일하고 있다. 협력업체 직원들과 가족들을 포함하면, 1개 면의 인구 2,045명의 생존터전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의 지역경제 기여도는 광부 인건비 224억, 일반경비 153억, 자재비 143억 등 탄광 자체만의 465억원을 포함해 연간 550억원 이상이라는 계산.
이는 광부들의 생활안정 차원을 넘어 화순지역경제의 주춧돌이라는 것이 지역 정치인들의 주장이다. 그래서 “화순광업소 만큼은 계속적으로 채탄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우선 석탄매장량이 충분하다는 것. 20년간 생산할 수 있는 1830만톤의 가채광량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구충곤 화순군수는 ‘자치단체장 칼럼’을 통해 “화순군이 결사반대하는 대책 없는 폐광을 서두르기보다는, 광산 근로자와 지역경제를 살릴 수 있는 방안을 수립, 파장을 최소화하는 정책을 펴 달라”고 요청했다.
이와 별도로 화순군은 폐광대체 법인운영에 관한 용역을 (주)바리오화순에 발주한 상태. 자본금은 705억원의 ㈜바리오화순은 화순군의 경제활성화를 위해 7개 폐광지역 진흥지구 중 마지막으로 설립된 대체법인으로 주주별 투자액은 화순군 205억원, 광해관리공단 250억원, 강원랜드 대체산업융자금 50억원이다.
연구용역 결과는 10월 말이나 늦어도 11월경 나올 예정.
◇삼척 2017년까지 석탄 대체산업 계획안
강원도 삼척시(시장 김양호)도 현재 진행 중인 대체산업 발굴 외부 용역을 2017년도 상반기까지 끝내겠다는 방침이다. 현재 대한석탄공사 도계광업소(890여명)와 (주)경동의 상덕광업소(30여명) 두 곳에서 2025년까지의 일정을 세워 석탄을 캐고 있다.
삼척시가 2017년도 착수를 목표로 추진하고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 사업은 두 가지다.
하나는 강원도의 지원으로 도계읍에 조성하는 목재문화체험장 사업. 삼림욕, 삼림치유와 함께 삼림욕장 탐방, 숲해설 등 산림휴양을 즐길 수 있는 가족단위의 힐링 관광명소로 육성할 계획이다.
다른 하나는 도계읍 심포리 일대 8만6719㎡ 부지에 들어서는 조형문화관광 테마파크 조성사업. 석탄 폐석에서 추출하는 유리소재를 원료로 각종 유리제품을 생산 전시하는 테마파크다.
삼척시는 2000년대 들어서면서부터 폐광으로 인한 지역경제 위축에 대비해 왔다. 2006년에 폐광지역인 도계에 폐광개발기금과 탄광개발비를 기반으로 18홀 규모의 블랙밸리골프장을 개설, 레저스포츠 산업발전과 외부 관광객 유치에 노력한 결과 2015년부터 흑자로 전환됐다는 것.
또한 강원대학교 도계캠퍼스 유치를 추진, 2010년부터 학생모집에 들어가 현재 2,760명의 학생들이 학업중이다.
이어 2012년부터는 지역경제 활성화 및 대체산업 육성을 위해 주민창업 지원사업을 전개, 현재까지 고랭지산채 및 풋고추 등의 채소류 재배와 전통장류, 토종벌 사육, 유리공예품 개발 등을 수행하는 6개 업체를 발족시켰다.
삼척시는 앞으로 현재 가동 중인 2개 탄광의 광부 고용이 장기간 지속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한편, 저소득층의 소득증대 사업을 위한 노력을 계속 기울여갈 예정.
◇정부 ‘연차적 감산과 신규채용 중단’으로 방향 선회
지자체들의 폐광 반대에 대한 정부의 고민은 크다. 결국 2017년 전남 화순광업소, 2019년 태백 장성광업소, 2021년 삼척 도계광업소로 이어지는 순차적인 폐광 계획을 일단 철회하고 연차적 감산계획과 신규채용 중단이라는 완화책을 내놓게 됐다.
그에 대해 석탄공사의 한 관계자는 “2015년말 기준으로 1조6000억원의 누적 적자에 시달리고 있는 석공이 정부 보조금을 받고도 매년 626억원의 추가 손실을 감수하면서까지 탄광운영을 계속한다는 것은 솔직히 무리”라고 토로했다.
기획재정부 노형욱 차관보 역시 “연탄 한 장을 생산하는데 950원이 들지만 소매판매가는 500원에 불과하다”면서 “나머지 차액 450원분을 생산보조금 형태로 연간 1900억원이나 삭탄공사에 지원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결국 정부는 석탄공사에 대한 연간 지원금 1900억원을 재원으로 삼척 도계광업소 890여명, 태백 장성광업소 1170여명, 전남 화순광업소 600여명 등 모두 2660여명의 근로자들(탄광 사무직 포함)에게 평균 연봉 7000만원씩을 정년퇴직시까지 지급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할 수도 있다.
단순논리지만, 그것이 석탄공사의 연간적자 626억원을 ‘말소’시킬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 그 경우 연탄을 난방연료로 사용해야 하는 서민들의 고충은 무시해야 한다.
유승철 뷰티한국 편집위원 cow242@beauty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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