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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걸 “사회문제 모른 척하는 수치심 담은 작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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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걸 “사회문제 모른 척하는 수치심 담은 작품”

입력
2016.09.30 04: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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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걸 교수는 “해외 활동 후 맷집이 생긴 것 같아 칭찬, 비난에 귀 닫고 제가 맞다 싶은 일을 한다”며 “SPAF는 우리 사회 화두를 무대에 올리는 축제”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김용걸 교수는 “해외 활동 후 맷집이 생긴 것 같아 칭찬, 비난에 귀 닫고 제가 맞다 싶은 일을 한다”며 “SPAF는 우리 사회 화두를 무대에 올리는 축제”라고 말했다.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보는 내내 기분 안 좋을 거에요. 공연 중간에 나갈 수도 있는데 그런 관객이 많았으면 좋겠어요.”

안무가로 성공하려는 의지가 있는 걸까. 김용걸(43) 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는 대뜸 신작 소개를 이렇게 했다. 국립발레단 수석 무용수를 거쳐 파리 오페라발레단에서 동양인 최초 솔리스트로 활동한 그는 2009년 귀국 후 안무가로 활동 중이다. 2011년 자신의 이름을 딴 김용걸 댄스 씨어터를 만들고 활동한지 5년, 국내 굵직한 무용축제에서 잇따라 신작을 발표하며 탄탄대로를 걸어왔다. 10월 14, 15일에는 신작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을 서울 대학로 아르코 예술극장에서 선보인다. 서울국제공연예술제 참가작에 선정된 이 작품은 최근 일련의 정치사회적 이슈를 은유한다.

김 교수는 지난 22일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에서 한국일보와 만나 “원래 사회에 관심이 없었는데 파리에서 활동하며 좀 단단해졌다”고 말했다. “국립발레단 시절에는 연습, 연습 준비 외에 다른 걸 신경 쓸 겨를이 없었죠. 프랑스 가보니 발레 학교에서 학생들이 바칼로레아(논술형 대입자격시험)를 볼 수 있도록 가르치더라고요. 종합예술학교죠. 그런(인문ㆍ사회) 부분에 관심 있는 사람이 춤을 춰야 더 깊이가 있다는 거죠. ‘여기서 성공 못하면 인생 끝’이라고 생각해 책 읽으며 나름 진지해진 거 같아요.”

김용걸 한예종 교수.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김용걸 한예종 교수. 신상순 선임기자ssshin@hankookilbo.com

귀국 후 해외 무용계 소식, 신작을 접하기 위해 SNS 활동을 활발하게 하다가 사회 문제로 관심이 뻗어갔다. 김 교수는 “뉴스에서 접하지 못했던 우리 문제들이 너무 많더라”며 “안무를 하다 보니 예전보다 세계에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면도 있다”고 말했다. 신작 홍보, 업계 인사들과 찍은 사진으로 도배된 여느 예술인들의 SNS와 달리 김용걸의 페이스북에는 사회 정치 뉴스 링크가 8할을 넘는다.

세월호 참사는 이런 변화에 불을 끼얹었다. “나라 시스템이 이렇게 허술한지 몰랐어요. 원래 제 성향은 움직임에 대한 새로운 시각을 바라보는 건데, 사회가 이러니까 정말 관심있는 분야가 이거(움직임)인데도 불구하고, 자꾸 이쪽(사회)으로 눈길이 가더라고요. 상황이.” 재작년에 세월호 참사를 테마로 한 ‘빛 침묵 그리고…’를 만든 계기다. 이 작품은 지난해 말 김용걸 댄스 씨어터 창단 5주년 기념 무료 공연에서 다시 선보였다. 김 교수는 “공연 끝나고 마지막에 박수가 작아서 기뻤다”며 “흥청망청하지 않고 시대 아픔을 관객과 다 같이 나누며 연말을 보냈다는 것만으로도 제게는 의미 있었다”고 말했다.

10월 초연하는 ‘수치심에 대한 기억들’은 ‘빛 침묵 그리고…’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이다. 왕따, 동물학대, 성직자 비리, 성매매 등 우리사회 어두운 부분을 날 것으로 드러낸다. 사회 고발뉴스를 묘사하는 듯한 ‘불편한 부분’을 견디고 나면 이 모든 수치심을 한 판 굿으로 위로하는 장면이 이어진다. “제가 정의로운 사람은 아니에요. 아닌 걸 맞다고 하는 사람들에게 따끔한 소리 못하는 제 자신의 수치심에 대한 작품이죠. 사회 문제를 모른 척할 수 밖에 없는 수치심들을 공유하고 싶어요. 시청 앞에서 시위하는 성향은 아니지만 제 마음을 춤으로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면 그 역할을 맡으려고 해요.” (02)2098-2985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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