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의 인사 개입 의혹이 제기된 K스포츠재단의 2대 이사장 정동춘씨가 29일 사임했다.
정씨는 이날 K스포츠재단 이사장 명의로 입장표명문을 내고 “최근 재단에 쏟아진 많은 의혹과 오해들, 그리고 정쟁의 한가운데에서는 더 이상 업무 수행이 어렵다고 판단돼 이사장직 사퇴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재단의 김필승 이사(대전대 경찰학과 교수)와 주종미 이사(호서대 체육학과 교수)도 동반 사퇴 의사를 밝혔다.
올해 1월13일 설립된 K스포츠재단은 삼성, 현대차, SK 등 19개 기업에서 288억원을 출연받아 출범했다. 초대 이사장에는 한국체육대 총장과 대한체육회 이사를 지낸 정동구씨가 영입됐으나 한달만에 사퇴했다. 이후 이사장 자리는 3개월여간 비어있다가 지난 5월13일 정동춘씨가 이사장으로 취임했다. 그러나 정씨는 서울 강남에서 스포츠마사지센터인 ‘CRC 운동기능회복센터’를 운영한 이력이 ‘스포츠를 통한 창조경제 기여’라는 K스포츠재단 설립 취지와 동떨어진다는 지적을 받았고, 이른바 청와대의 ‘비선실세’로 지목된 최순실씨가 선임 과정에 개입했다는 의혹도 제기됐었다.
K스포츠재단과 문화재단 미르의 설립ㆍ운영에 대한 청와대 개입 의혹은 이번 국정감사에서 정치적 쟁점으로 부각돼 야당의 집중 공세가 이어졌다. 대기업들이 두 재단의 출연금으로 800억원 가량을 일사천리로 내놓은 점, 재단법인 신청 하루 만에 문화체육관광부 허가를 받은 점 때문에 청와대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정씨는 전문성 논란에 대해 “운동생리학으로 석·박사학위를 받은 체육전문가이며, 박사 취득 후에도 연구논문 28편, 저·역서 27권, 학회 활동 등을 통해 전문성을 갖췄다”며 “평생을 스포츠·체육 분야에 헌신해온 경험과 전문성이 도움이 될 것이라 확신해 이사장직을 맡았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앞서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에서 모금을 주도한 이승철 전국경제인연합회 부회장은 논란이 이어지자 “정동춘 이사장의 거취에 대해 10월 초까지 결론을 내고, 명칭 변경과 사무실 이전 등 조직 개편 작업을 벌이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한준규 기자 manbo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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