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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줄 알았는데.. 다이아몬드 빛 바래가는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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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할 줄 알았는데.. 다이아몬드 빛 바래가는 영화

입력
2016.09.29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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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기준 20% 이상 가격하락

드비어스 수입 급감에 광산 폐쇄

딜러-세공사 등 관련산업 비명

보석보다 고가 전자제품 인기

채굴 원주민 착취 이미지도 악재

업계 젊은 층 수요 잡기에 안간힘

보츠와나 수도 가보로네에 위치한 드비어스 자회사 ‘글로벌 사이트홀더 세일즈(GSS)’ 본사를 찾은 방문객이 다이아몬드 원석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보츠와나 수도 가보로네에 위치한 드비어스 자회사 ‘글로벌 사이트홀더 세일즈(GSS)’ 본사를 찾은 방문객이 다이아몬드 원석을 들어보이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금세기 최대 다이아몬드’, ‘경매 예상 가격 800억원.’ 지난 6월 캐나다 채굴회사 루카라 다이아몬드가 런던 소더비 경매에 내놓은 다이아몬드 레세나 라로나(보츠와나어로 ‘우리의 등불’)는 테니스 공에 버금가는 크기로 전세계 이목을 집중시켰다. 하지만 레세나 라로나의 크기보다도 큰 충격은 이 원석이 주인을 찾지 못한 채 경매 무대를 내려왔다는 사실이다. 당초 7,000만달러를 넘길 것이란 예측과 달리 입찰 호가가 최고 6,100만달러(약703억원)에 머물면서 루카라는 매각을 포기했다.

레세나 라로나의 굴욕은 세계 다이아몬드 산업의 위기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영원함’의 상징이자 최고급 사치품으로 약 60년간 전성기를 누리던 다이아몬드가 가격 급락에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세계 경제 위기에 따라 초고가 제품에 대한 수요가 떨어졌을 뿐 아니라, 희소성에 열광하는 세대들이 물러나면서 다이아몬드의 위상 역시 옅어지고 있다고 29일(현지시간)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보도했다.

다이아 연관 산업, 직격탄 맞고 울쌍

다이아몬드 산업의 비상 신호는 세계 곳곳에서 터져 나오고 있다. 지난해 세계 다이아몬드 제품 매출은 6년 만에 처음으로 감소세로 돌아서 790억달러(약 86조8,000억원)에 머물렀다. 미가공 다이아몬드 원석 매출 또한 30% 하락했다. 이에 네덜란드 은행지주회사 ABN암로는 올해 “영원한 것은 없다”는 제목의 보고서를 통해 “다이아몬드 산업이 갈림길에 서 있다. 강력한 힘이 변화를 이끌고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의 급격한 변화는 생산과 유통단계 전반에 직격탄을 날렸다. 세계 최대 규모의 다이아몬드 유통회사인 드비어스는 지난해 수입이 3분의 1 가량 급감하자 보츠와나 소재 광산을 일부 폐쇄했다. 유통과 생산자 중간에 포진한 딜러, 세공사 등은 단가 절감, 자본 확보에 어려움을 겪으며 불황의 최대 피해자로 고통 받고 있다고 FT는 분석했다.

다이아몬드 위기를 불러 온 최대 원인은 세계 경제 위기로 인한 전반적인 수요 감소가 꼽힌다. 드비어스가 최근 발표한 연례 보고서에 따르면 다이아몬드 최대 소비국인 미국에서는 소비자 수요가 일정 수준 유지되고 있으나, 중국과 인도 내 수요가 기대와 달리 정체 상태에 머물고 있는 상황이다. 드비어스는 이에 “세계 성장의 변동성이 향후 10년간 ‘뉴노멀’(새로운 기준)로 자리 잡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新고객, 밀레니얼을 잡아라

이에 따라 기존 세대만큼 다이아몬드에 대한 환상이 크지 않은 밀레니얼 세대를 공략해 새로운 수요처를 확보하는 게 업계 최대 과제로 부상하고 있다. 1981~2000년 사이 출생한 밀레니얼 세대는 소비력 감소뿐 아니라 고가 전자제품 등 대체 사치재 등장으로 다이아몬드에 대한 욕구가 크지 않다는 것이 중론이다. 특히 이전 세대에 비해 환경 보존, 윤리적 생산에 민감한 이들 성향에 맞춰 ‘피의 다이아몬드’ 이미지를 탈피하려면 추가 원가 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에선 밀레니얼 세대의 구매력이나 수요 또한 전 세대와 큰 격차를 보이진 않는다는 낙관적 전망을 견지하고 있다. 다이아몬드 소비 상위 4개국인 미국과 중국, 인도, 일본의 밀레니얼 세대 중 잠재적인 고객은 2억2,000만명이 넘을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브루스 클리버 드비어스 CEO는 “밀레니얼 세대의 잠재력을 풀어내기 위해서는 이들의 자기 표현 욕구를 자극할 만한 방법을 찾아내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밝혔다.

베팅 나선 기업들 ‘합종연횡’

위기에 처한 기업들은 돌파구를 모색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다. 드비어스는 특히 캐나다 최북단 노스웨스트준주에서 새로운 광산을 개발하며 베팅에 나섰다. 드비어스가 약 10억달러를 투자하고 20일 공식 오픈한 ‘가초 쿠’ 광산에는 5,400만 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매장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최근 13년간 채굴된 다이아몬드 광산 중 최대 규모로, 차질 없이 사업이 진행될 경우 한해 3.5%의 생산량 증가를 가져다 줄 전망이다. 하지만 현재 개발 예정인 다른 대규모 광산이 없다는 점에서 생산 감소세를 완전히 뒤엎긴 어려울 것이라는 우려도 만만치 않다.

다른 기업들 역시 다이아몬드의 절대 위상을 되찾기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특히 7대 다이아몬드 생산 기업은 지난해 공동 마케팅을 위해 다이아몬드 생산자 연합(DPA)을 결성했다. 그동안 연 2억달러 가량을 투자하며 다이아몬드 마케팅을 책임 지던 드비어스가 마케팅 비용을 60%로 감축하자 후발 기업들이 지원에 나선 것이다. ‘진짜는 흔치 않다(Rare is Real)’는 캐치프레이즈를 내세운 DPA의 스테픈 루시에 대표는 “자연 다이아몬드의 ‘진실성’이 경쟁에서 우위를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정원기자 gardenk@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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