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리경영 관련 그룹 혁신방안
이르면 내달 중순께 내놓키로
지배구조 개혁안 포함될지 주목
면세점 입찰ㆍ월드타워 완공 등
신 회장, 중요 현안에 속도낼 듯
“우리 그룹은 여러 가지 미흡한 부분이 많이 있다고 생각한다. 제가 책임지고 고치겠다.”
신동빈 롯데그룹 회장은 29일 새벽 구속 영장이 기각된 뒤 서울중앙지검 청사를 나오면서 이렇게 말했다. 그는 이어 “좀 더 좋은 기업을 만들겠다”고 다짐했다.
신 회장이 ‘뉴 롯데’ 구상을 밝히며 그 구체적 내용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이와 관련 롯데그룹 관계자는 29일 “이르면 다음 달 중순 투명ㆍ윤리경영과 관련된 세부 방침을 중심으로 한 그룹 혁신 방안을 내놓을 것”이라며 “이전에 나왔던 것과는 규모와 내용 면에서 상당한 차이가 있을 것” 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도 “지금까지 지적돼온 여러 문제들을 해소하고 똑 같은 상황이 재연되는 것을 막기 위한 내용들이 비중 있게 들어가지 않겠느냐”고 귀띔했다. 그 동안 롯데그룹 경영 과정에서 묵인돼온 부적절한 관행이나 부정 행위 등에 대한 재발 방지책이 발표될 것으로 점쳐지는 대목이다. 특히 불투명한 지배구조 등에 대한 개혁안이 나올 지도 주목된다. 실제로 신 회장은 횡령 및 배임 혐의로 구속 영장까지 청구되는 과정에서 미처 알지 못한 실상을 접하고 적잖은 충격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롯데그룹이 이날 “보다 투명하고 신뢰 받는 롯데가 돼 국가 경제와 사회에 기여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힌 것도 같은 맥락이다.
운신의 폭이 넓어진 신 회장은 일단 그룹 경영 정상화에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100일 넘게 진행된 검찰의 강도 높은 수사로 사실상 멈춰 선 그룹 현안 처리에 나설 전망이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중요한 해외 투자와 인수ㆍ합병(M&A), 호텔롯데 재상장 추진 등을 포함해 서둘러야 할 사안이 한 두 가지가 아니다”며 “눈 앞으로 다가온 서울 시내 면세점 추가 입찰 경쟁과 연말 완공을 앞둔 잠실 월드타워가 우선 챙겨야 할 중요 사안”이라고 말했다. 특히 면세점 부문은 롯데그룹의 핵심 사업이지만 총수가 검찰 수사를 받으며 힘을 실어주기 어려웠던 게 사실이다. 다음 달 4일로 마감일이 다가오면서 SK네트웍스와 현대백화점, 신세계, HDC신라 등 쟁쟁한 경쟁사들은 이미 총수의 든든한 지원에 힘입어 적극적인 여론전에 돌입한 상태다. 롯데면세점 관계자는 “그룹 상황 등을 고려해 지금까진 소극적인 모양새를 취했지만 신 회장에 대한 구속 영장 기각을 계기로 상황이 호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영장기각으로 신 회장의 그룹 장악력은 더욱 확고해질 전망이다. 롯데는 4분기 사업을 잘 마무리하는 한편 내년 경영 계획도 서두를 방침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조기 인사설에 대해선 부인했다. 롯데그룹 관계자는 “지금은 조직이나 사람을 바꿔야 할 상황이 아니다”며 “변화 보단 안정 속에 어수선했던 내부 조직을 재정비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허재경 기자 ricky@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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