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양주 캠퍼스 건립 좌초에 폭발
“예수회가 영향력 약화 우려 반대
학교 인프라 발전에 관심 없어”
남양주 제2캠퍼스 건립 문제로 이사회와 갈등을 겪어 온 유기풍 서강대 총장이 29일 사의를 표명했다. 반세기 가까이 학교를 쥐락펴락해 온 예수회에 직격탄을 날린 것으로 남양주캠퍼스 문제는 물론, 이사회 개편 요구까지 학내 갈등이 격화할 전망이다.
유 총장은 이날 오후 서울 마포구 서강대 본관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남양주캠퍼스 좌초부터 예수회 중심의 지배구조까지 혼란이 계속됐지만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이사회는 아무런 대책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잔여 임기를 희생해 대안을 촉구한다”며 사임 의사를 밝혔다. 유 총장의 임기는 내년 2월까지였다.
남양주 제2캠퍼스 사업 무산은 전격 사퇴의 직접적 이유가 됐다. 남양주캠퍼스 건립은 2010년부터 유 총장이 역점 과제로 추진해 온 사업으로 경기 남양주시 양정동 일대가 2014년 캠퍼스 유치를 조건으로 개발제한구역에서 해제되면서 급물살을 탔다. 대학 일부 정원을 남양주로 이전하는 내용의 대학위치 변경승인만 교육부에서 받으면 사전 절차가 마무리될 예정이었지만, 해당 안건은 지난 5월과 7월 이사회에서 잇따라 부결됐다.
이사회는 재정적 압박에 따른 사업 안정성 확보를 반대 이유로 내세웠으나 당시 반대표를 던진 이사 5명(출석 7명) 중 4명이 예수회 신부들이어서 논란이 확산됐다. 학교 측은 “학교 규모가 커질 경우 예수회의 영향력 약화를 우려한 것”이라고 반발했고, 급기야 유 총장은 지난 19일 가톨릭수도회 예수회 로마총원장 아돌포 니콜라스 신부에게 “이사회의 파행적 학교 운영을 직접 조사해달라”는 내용의 탄원서를 보냈다.
학교 구성원들은 예수회가 이사장과 상임이사직을 독점한 탓에 경직된 학사운영이 지속됐다고 입을 모았다. 서강대는 1960년 가톨릭 예수회 신부들이 설립한 학교로 현재 이사 총원 12명 중 6명이 예수회 신부들로 구성돼 있다. 특히 이사회 정관에는 예수회 회원 신부만 이사장을 할 수 있도록 규정돼 있다.
서강대에서 20년간 일한 이모(64) 교수는 “학교 인프라에 큰 관심이 없는 예수회 신부들이 이사회 운영을 좌지우지하면서 학교 발전이 더디다”고 비판했다. 총학생회는 예수회 소속 이사 수를 현재의 3분의 1로 줄일 것을 요구하며 일주일 넘게 단식농성 중이다.
이사회 측은 이날 간담회를 열고 “총장이 명예롭게 물러나길 바라며 사표를 반려하겠다”고 밝혔지만 남양주캠퍼스와 이사회 개편 문제에 대해 ‘대화를 통한 해결’만을 언급했다.
허경주 기자 fairyhkj@hankookilbo.com
박진만 기자 bpbd@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