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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과 문화] 댓글로 보는 집짓기

입력
2016.09.29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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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앗, 이 집이 벌써 포털에 떴네!” 며칠 전 건축전문지 최신호에서 본 건물이 인터넷 포털에도 실시간 소개되는 걸 보니 확실히 건축에 대한 대중의 관심이 높아지긴 했다. 예전엔 잡지나 책이 전부였지만 요즘은 건축 정보를 얻을 경로들이 다양해졌다. 손가락 하나로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으니 좋은 세상이다.

기사를 한번 훑어보고 곧장 아래의 댓글로 시선을 옮긴다. 벌써 댓글이 줄줄 달렸다. 나는 건축 기사에 달린 댓글은 꼼꼼히 읽어보는 편이다. 건축에 대한 일반인들의 생각을 짚어볼 수 있기 때문이다. 몇 년 동안 꾸준히 댓글을 읽다 보니 요즘은 기사가 뜨면 ‘여긴 이런 댓글이 달리겠군’라는 감이 오고, 그대로 들어맞기도 한다.

초창기엔 답답하리만치 엉뚱한 댓글도 많았으나 점점 수준이 높아졌다. 시공자와 건축가가 쓴 거로 여겨지는 답변들도 달린다. 가능하면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려는 노력이 엿보인다. 그러나 출처 불명의 케케묵은 오류들은 여전히 존재한다. 그냥 지나치려다가 집짓기에 대한 정보를 이제 막 찾기 시작한 미래의 건축주들이 이런 댓글에 괜한 걱정을 사서 하게 될까 봐 자주 발견하게 되는 오류에 나름의 답변을 달아보기로 한다.

첫째, ‘창이 많으면 집이 춥다’는 오류다. 거실에 통창을 내거나 창이 좀 많다 싶으면 달리는 댓글이다. ‘난방비 나와봐야 정신 차리지’‘추워서 어떻게 살려고’ ‘건축가가 작품 한답시고 사는 사람은 전혀 생각하지 않았네’ 등의 댓글이 달린다. 과연 창이 많다고 집이 추울까. 다 옛날이야기다. 창의 성능이 예전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우수해졌다. 옛날 집처럼 찬바람이 휭휭 들어오거나 뽁뽁이를 붙여야 할 정도로 어설프지 않다. 창문 디자인은 주택설계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 중 하나이므로 이를 충실히 살리면서 난방비도 절약하는 두 마리 토끼를 한 번에 잡는 일도 충분히 가능해졌다. 열이 새는 부분만 꼼꼼히 잡아준다면 결로도 없고 따뜻한 겨울을 보낼 수 있다.

둘째, 노출콘크리트에 대한 고정관념이다. ‘차갑고 완공이 안 된 것처럼 보이네요’ ‘겉멋 든 건축가가 실용성 생각 안 하고 작품만 했네요’ ‘짓다 말았네’ 등의 댓글이 달린다. 흔히 말하는 ‘건축 작가’들이 주로 사용해서 독특한 인상을 주었던 노출콘크리트. 요즘은 시공비도 낮아지고 품질도 좋아져서 어렵지 않게 찾아 볼 수 있는 재료가 되었다. 노출콘크리트로 하자고 건축주가 먼저 요구하기도 한다. 집을 설계하는 과정은 건축주와 많은 대화와 공부를 통해서 진행된다. 건축가가 겉멋 들어서 혼자 제멋대로 정하는 일은 흔치 않다.

요즘은 지진의 영향인지 ‘지진 나면 저런 집은 다 무너진다’ ‘ 내진설계는 했나요’ ‘우리나라 건물은 철근 다 빼먹어서 금방 무너진다’ 같은 댓글이 많아졌다. 요즘은 더 교묘하고 세련된 방식으로 이익을 남길 수 있어, 옛날처럼 돈 때문에 철근을 빼돌리는 일은 생각하기 어렵다. 다만 현장 상황을 백 퍼센트 신뢰할 수 없는 게 문제다. 건축법은 건물을 안전하게 설계하고 시공하도록 지속해서 강화됐다. 내진설계의 경우, 현재 건축법으로는 3층 이상 연면적 500㎡ 이상의 건축물은 반드시 하게 되어 있다. 또한 설계 도면은 법적으로 많은 단계에서 검토되고 최대한 안전치를 지향한다. 공사현장에는 감리가 눈을 부릅뜨고 지켜보고 있다. 그러므로, 설계도면대로 시공되기를 기대할 수밖에….

‘그래서 얼마에 지었는데’ ‘돈 많은 사람이 돈 자랑했네’ 같은 부정적인 댓글들도 늘 나온다. 댓글을 보면서 느낀 것은 건축 분야는 정확한 정보가 부족하고 사람들은 어떤 정보들이 실질적으로 필요한지를 선택하기 어려워한다는 점이다. 요즘은 동네 건축가를 표방한 젊은 건축가들이 늘어나서 일반인들과 접점도 마련하고 있다. 집에 대한 궁금증은 건축가들과 직접 만나서 풀어보면 어떨까.

정구원 트임건축 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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