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예쁜 물건을 좋아하는 여자다. 나이에 어울리지 않게 꽃분홍색이라면 뭐든 좋아해 꽃분홍색 키보드를 하나 살까 고민 중이고, 얼마 전에는 화장품 가게에 들렀다가 미니언이 그려진 팩트도 하나 샀다. 실은 몬스터주식회사의 주인공 마이크가 그려진 팩트가 더 갖고 싶었지만 그건 내 피부에 맞지 않았다. 주방세제를 살 때에도 나는 예쁜 것을 고른다. 개수대 위에 올려놓고 하루에도 두세 번 눌러쓰는 세제인데 이왕이면 예쁜 게 좋지. 그래서 혹 오륙백원 비싸도 귀엽고 예쁜 용기에 담긴 것을 고른다.
치약도 마찬가지다. 나는 치약을 살 때 생쥐발톱 만한 크기로 쓰인 성분표를 살피지 않는다. 살핀다 해도 메칠클로로이소치아졸리논, 메칠소치아졸리논이 위험한 물질이라는 것을 모르는 여자다. 나는 원고도 써야 하고 집안 일도 해야 하고 아기도 돌봐야 해서 무척 바쁘다. 저 긴 이름의 위험물질까지 미리 공부해둘 짬이 없다. 수십 년 치약을 만들고 가습기살균제를 만든 사람들이 어련히 알아서 할까, 그렇게만 믿고 장바구니에 선뜻 넣었다. 몇 년 전, 어느 젊은 엄마는 마트 판매대를 서성였을 것이다. 내 아기를 위해 가습기를 더 깨끗이 써야지. 그럼 살균제를 쓰면 될 거야. 어떤 걸로 살까. 요게 좋겠네. 용기도 예쁘잖아. 옥시에서 나온 거니까 잘 만든 거겠지. 그 젊은 엄마는 지금쯤 자신의 손목을 부러뜨리지 못해 매일 지옥을 걷고 있을 것이다. CMIT, MIT라는 성분도 알지 못했던 죄책감으로 매일 망치로 자신의 손목을 내리치고 있을 것이다. 나도 그랬을 것 같아 어깨가 움찔.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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