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빛이 오지다. 가을빛은 언제나 풍년 아닌 적이 없다. 쪽빛 하늘, 황금빛 들녘, 단풍빛 산과 계곡. 햇살은 투명한 물빛이다.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뜨거웠던 여름은 물러갔다. 올해만큼 가을이 반가운 적은 없다. 몇 년 만인가 싶은 가을이다. 가을빛은 밤송이처럼 오지게 쏟아지고, 마음은 가을을 담으러 나서고 싶다. 긴 여름을 힘겹게 건너온 이들의 이심전심이다.
가을엔 누구나 멀리 본다. 몽골 사람인 양 먼눈으로 본다. 눈 밝아지지 않아도 눈이 밝다. 맑고 높고 푸르러진 하늘 덕분이다. 여행은 몸과 마음이 더 먼 곳을 보는 일. 여행은 ‘나그네처럼 떠난다’는 말이고, 관광은 ‘빛을 본다’는 말이다. 나그네처럼 떠나 빛을 보자. 가을빛으로 맑아져 저만치 빛나는 당신. 우리는 모두 길 위에서 배웠고, 길 위에서 다시 만날 것이다.
“경북으로 오이소.” 경북으로 오면 된다. 올해는 경북 방문의 해, 경북 관광의 해다. 백두대간의 허리, 단단한 배꼽의 기운이 감돌아드는 곳이다. 나라의 동쪽 끝 독도 위로 가장 먼저 해 뜨는 곳이다. ‘천년 왕국’ 신라의 도읍과 역사가, 조선 500년 사림과 양반문화의 뿌리가 이어져 내려오는 곳이다. 외침 앞에 일어선 의병·지사의 자취가 뚜렷한 곳이다. 근대화의 새벽을 열던 땀과 망치질, 명암이 새겨진 곳이다. 이 오랜 세월 곳곳에 자연과 인심을 옛 고향처럼 지켜왔다.
여기에 땅과 역사, 삶과 흥이 어우러진 축제가 지역마다 펼쳐진다. 축제는 우리 삶의 진면목. 우리의 신명과 상상력이 버무려낸 살판 한바탕이다. ‘그게 그거’라는 나무람을 듣기도 했지만 축제는 해마다 진화했다. 모든 이의 기대를 다 채울 수는 없다 해도 뜻밖의 기대를 훌쩍 넘기는 축제, 저력과 독창성이 돋보이는 축제는 많다.
현재 열렸거나 진행 중 또는 열릴 예정인 경북도내 시군별 축제 일정은 아래 표1과 같다. 이중 10곳의 축제와 다른 2곳의 명소로 당신을 초대한다. 딱 한 번 출렁, 가을 하늘이, 가을 하늘보다 아득한 당신의 마음이 출렁 하기를….
◇ 경북도 신청사(연중무휴 개방)가 새로운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 경북의 역사와 자연, 삶과 문화를 담아내고 형상화한 건축미와 상징성, 조경과 풍광이 궁금하다. 그런 게 아니더라도 35년 만에 자신의 울타리 안에 도청을 갖게 된 도민들은 새 도청이 그냥 궁금하다.
◇ 김천에는 직지사만 있는 게 아니다. 가볼만 한 곳(7군데)을 같이 소개한다. 수도산자연휴양림, 청암사와 인현왕후길, 부항댐 등이다. 김천 모티길 4개 코스는 황악산과 수도산의 계곡, 능선 사이 굽이굽이와 오르내림이 뒤섞여 걷는 기쁨과 보는 즐거움을 함께 안겨준다.
◇ 경북영주풍기인삼축제(10월15~23일)·풍기인삼아가씨선발대회(10월20일). 우리나라 인삼재배의 효시인 풍기에서 500년 풍기인삼의 우수성을 널리 알리는 축제. 축제장에서는 풍기인삼만을 판매한다. 20일 열리는 제9회 풍기인삼아가씨선발대회는 축제의 하이라이트.
◇ 구미시민한마음대축제(10월1~10일)·낙동강수상불꽃축제(10월1일)·삼성나눔워킹페스티벌(10월15일)·LG드림페스티벌(10월8일). 11년 만에 열리는 구미축제가 구미시민한마음축제로 업그레이드했다. 신명나는 어른들의 운동회 같다. 이를 축하하는 낙동강수상불꽃축제도 볼 만하다. 삼성나눔워킹페스티벌과 LG드림페스티벌 같은 기업과 함께 하는 문화행사도 눈길을 끈다.
◇ 안동국제탈춤페스티벌(9월30일~10월9일)은 올해로 20회째. 18개국 25개 공연단체를 초청해 최대 규모의 잔치 마당을 펼친다. 국내외의 명성을 쌓아온 축제의 성장과정, 신기술이 결합한 퍼포먼스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보인다. 해학의 여유로움과 풍자의 후련함이라니!
◇ 상주외남고을곶감축제(12월하순. 성탄절 전후)는 상주곶감한우축제와 함께 매년 열리던 두 개의 곶감축제를 올해부터 하나로 합친 것. 예로부터 임금에게 진상됐던 명품 상주곶감은 재료인 상주둥시부터 품질이 뛰어나다. 상주곶감은 상주의 지형과 기후가 내려준 명품 선물이다.
◇ 제4회 낙동강세계평화문화대축전(9월30일~10월3일)이 칠곡에서 열린다. 지구상 유일한 분단국가인 대한민국. 그중에도 칠곡은 한국전쟁 낙동강전투 최후의 보루였다. ‘낙동강 방어선 리얼테마파크’ 등의 행사가 돔아레나극장 등에서 마련된다.
◇ 제11회 문경사과축제(10월8~23일). 15~18브릭스 이상으로 전국 사과 중에 당도가 가장 높은 문경사과는 말 그대로 ‘꿀사과’다. 올해 축제는 뮤지컬 공연과 함께 개안수술비 지원 등 공익사업도 함께해 더욱 뜻깊다.
◇ 봉화송이축제(9월30일~10월3일)는 해발 400m 이상 마사토인 큰 소나무 숲에서 자라는 봉화송이가 테마. 육질이 단단하고 맛과 향이 뛰어난 봉화송이에다 한약재를 먹여 키운 봉화한약우를 곁들여 전국의 미식가들의 구미를 한껏 돋운다.
◇ 영천한약과일축제(9월30일~10월3일). 우리나라 한약재 유통의 새로운 중심으로 떠오른 영천시가 지역의 미래를 열어갈 한방산업의 중심으로 도약하기 위해 종전의 포도 등 과일축제를 결합해 업그레이드한 축제 마당이다.
◇ 청도세계코미디아트페스티벌과 청도반시축제(10월7~9일). 한국 코미디의 메카이자 청도반시의 고장 청도에서 주홍빛 이야기꽃과 유쾌한 웃음꽃이 만발한다. 국내외 초청 코미디공연과 감따기 등 행사가 다채롭다.
◇ 포항스틸아트페스티벌(10월1~30일)의 올해 주제는 ‘철의 정원’. 유명 조각가의 스틸작품과 철강공단 근로자 작품 전시, 여러 부대행사 등을 통해 철의 도시 포항의 철강 기술력에 더해진 문화예술의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김용태 기자 kr8888@hankookilbo.com
<표 1. 2016년 경북 시군별 주요 축제 일정>
김용태 기자 kr88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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