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57만명 다녀가…도청 그 이상의 명소
경북도 신청사가 관광객으로 북적이고 있다. 이전 7개월, 개청 6개월째를 맞은 시청사가 ‘새집 효과’와 ‘이사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올해 들어 신청사에 대한 입소문이 빠르게 퍼지면서 9월 8일 현재 관람객은 57만 명을 넘어섰다. 하루 평균 2,000여 명이 찾은 셈이다. 지난 5월에는 9만6,000여 명이 찾아 월 방문객수 최고 기록을 세웠다.
경북도 신청사에 관광객이 몰리면서 도청이 단지 행정적 관료적 기능만을 수행하는 ‘먼 공간’이 아니라 도민들에게 친근한 관광 명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도청, 도의회 등 11개 공공기관이 옮겨오면서 허허벌판에 들어선 안동·예천 도청 신도시도 점차 모습을 갖춰가고 있다. 연말까지 모두 15개 기관이 이전을 마치고 나면 신도시는 더욱 활기를 띨 것이다.
‘배산임수 장풍득수’ 하루 평균 2,000명 찾아
이에 따라 경북도는 관광객 맞이로 바빠졌다. 올 여름 폭염에도 신청사를 찾는 관광객들의 발걸음은 계속됐다. 추석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가을 관광시즌이 시작되면 관광객들은 더욱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신청사 관람은 연중 무휴로 계속된다.
신청사는 백두대간 소백산에서 갈라져 나온 ‘문수지맥의 끝자락’ 검무산이 뒤쪽에서 바람을 막아준다. 앞쪽에는 낙동강이 기운을 받쳐주는 배산임수, 장풍득수의 명당이다. 신청사는 연면적 12만7,000여㎡(3만8천 평)로 지하 1층, 지상 7층. 본청, 의회청사, 주민복지관, 공연장 등 4개동으로 이뤄져 있다. 지붕에는 65만 장의 기와를 올린 전통한옥 형태의 명품문화 청사로서 그 웅장함이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안동 병산서원의 만대루를 형상화한 회랑, 경주 안압지를 축소해 만든 세심지, 전통한옥의 팔작지붕 형태인 솟을삼문 등은 한국의 전통적인 아름다움과 경북의 정체성을 담은 대표적인 건축물이다.
본관 로비에는 문방사우 중 붓과 벼루를 형상화한 상징조형물인 ‘선비의 붓’이 방문객을 맞이한다. 명장들의 도자기와 ‘관찰사도임행차도’, ‘불국사설경’ 등 명품·대작들이 곳곳에 전시되어 마치 미술관이나 박물관에 온 듯하다. 도청 방문객들의 홍보관으로 사용되는 ‘디미방’, 어린이에게는 독서와 놀이공간, 민원상담이나 담소장소로 활용되는 ‘북카페’는 편의시설이 잘 갖춰져 인기 만점이다.
또 다른 휴게공간인 ‘독도쉼터’는 우리땅 독도현장을 실시간으로 볼 수 있고, 방문객의 기념사진출력이 가능한 전자방명록 또한 인기를 얻고 있다. 새천년을 향해 비상하는 도조 외가리의 날개짓을 형상화한 ‘비상’을 비롯한 조형물들도 볼거리. 수생식물과 관상어, 꽃길, 꽃탑 등으로 꾸며진 야외 조경도 청사 구경의 즐거움을 더해준다.
이와 더불어 신청사 인근에는 문화유산들이 자리하고 있어 연계 관광도 활기를 띨 전망이다. 하회마을은 10분 거리, 도산서원·봉정사·회룡포·삼강주막은 30분 거리, 소수서원·부석사·용문사·고운사는 1시간 거리다.
건축단가 저렴…친환경 5대 인증 획득도
한편 경북도 신청사는 최근 지어진 공공청사 중에서 가장 경제적인 청사로 평가되고 있다. 타 청사와 비교시 ㎡당 건축단가가 213만원으로 저렴하고, 태양열·태양광·지열·연료전지 등 신재생에너지 사용률이 30%에 달한다. 또한 사무실내 LED 조명을 100% 설치하여 에너지 절감을 하고 있으며 친환경 공공청사 5대 인증을 획득한 청사로서 공공청사의 새로운 모델이 되고 있다.
특히 지열시스템은 청사 냉난방비의 76% 정도를 감당하고 있다. 이 덕분에 지난 여름 연일 계속되는 폭염에도 청사 내부가 시원하고 쾌적해 방문객들이 의아함과 감탄을 자아냈다.
지열시스템은 설치방식에 따라 다양하게 나눠지는데 경북도청의 지열 방식은 수직밀폐형으로 항시 일정한 온도(15℃±3℃)가 유지되는 지하 200m 깊이에 U자형관을 매립하고 관속에 열매체(부동액)를 순환하여 열교환기와 히트펌프를 이용하여 냉난방하는 시스템이다. 지열시스템의 장점은 풍력이나 태양열 등 다른 재생에너지보다 안정성이 높고 수명이 반영구적이다.
그 외에도 태양광에서는 전력량의 8.3%의 전기를, 태양열 시설에서는 온수를 생산하고, 가스와 물의 화학적 반응을 이용한 연료전지는 전기생산을, 그리고 지하주차장과 공연장에는 자연광을 이용하여 실내조명을 보완하는 신재생에너지를 각각 활용하고 있다.
미래의 거점·뜻깊은 장소가 되기를
김관용 경북도지사는 “도청은 직원들의 사무공간이기 이전에, 경북의 문화가 담겨있고, 경북인의 정신이 배어있는 상징물”이라며 “경북의 특성에 맞게, 경북의 혼을 담아 건립한 것이 많은 국민들로부터 사랑받게 된 비결이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경북도민은 35년 만에 자신들의 영역 안에 도청을 갖게 됐다. 오랫동안 말 못할 상실감을 느꼈을지도 모를 도민들은 도청이라는 그들의 장소를 되찾게 된 것이다. 신청사로 관광객이 몰리는 것은 관광의 차원만이 아니라 그러한 상실감의 무의식적인 반영인지도 모른다. 신청사가 신청사를 찾는 관광객뿐만 아니라 모든 도민들의 미래 거점이자 오래도록 친근한 뜻깊은 장소가 되기를 기대한다.
김용태 기자 kr8888@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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