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의 미덕’ 달게 품은 상주의 명품
과일들이 제 일생을 노래하는 열창 무대가 열린다면…. 가장 큰 박수를 받는 우승 후보는 감일 것이다. 감은 참 많은 미덕을 지녔다. 감꽃 생화 간식, 감꽃 목걸이·팔찌야 추억 어린 소꿉장난이라 치자. 생감은 천연염색 물감 재료로 으뜸이다. 거의 다 자라면 삭힌 감(탈삽감)을 만들어 먹는다. 더 놔두면 달디 단 홍시가 된다. 곶감은 감의 가장 극적인 변신. 가장 떫은 과일이 가장 단 먹거리가 됐다. 감의 ‘고진감래’다. 곶감은 속담에 ‘돌팔이 의원이 감 보고 얼굴 찡그린다’고 할 만큼 뛰어난 감의 효능을 고스란히 농축한다.
두 갈래 축제가 하나로 통합
상주시 외남면(면장 조중래)은 오는 12월 하순 성탄절을 전후하여 제6회 상주외남고을곶감축제(이하 외남곶감축제)를 열 계획이다. 그동안 상주에서는 매년 12월 민간 중심의 외남곶감축제와 상주시 주도의 상주곶감·한우축제가 각각 열려왔는데, 올해부터는 외남곶감축제 하나로 통합된 것.
외남고을곶감축제는 5년 연속 농림축산식품부 우수축제로 선정돼 올해도 국비 지원을 받았다. 성백률 외남면 주무관은 “축제추진위원회 구성이 다소 늦어지면서 전체 일정이 확정되지 못했다. 구체적인 행사 세부계획은 나오지 않았으나 전체 줄거리는 예년과 같을 것”이라고 말했다. 외남곶감축제는 해마다 ‘상주곶감 예종임금 진상 재현’ 행사를 중심으로 ‘감아씨 사랑나무 길놀이 퍼레이드’, ‘감풍년 기원제 및 감사제’, 감깎기 대회, 곶감 전시·판매 장터 등 행사가 이어져왔다.
상주 땅은 북서쪽으로 백두대간 소백산맥을 두르고, 동쪽으로 낙동강을 따라 널찍이 평야가 펼쳐진다. 그래서 예부터 농산물이 풍성하고 인심이 순후해 ‘삼백(곶감, 쌀, 누에고치)의 고장’으로 불렸다. 비옥한 토질에 배수가 좋고 서고동저 지형으로 온화하지만 일교차가 커 떫은 감 재배와 곶감 당분 축적의 최적지였다. 이런 지형과 토질, 기후 덕분에 상주둥시는 일반감에 비해 당도 4배, 비타민A 함유량 7배, 비타민C는 1.5배다. 상주는 전국 제1의 감 생산지로서 전국 생산량의 60%를 차지한다.
명품 둥시가 명품 곶감 낳는다
재료가 뛰어나면 제품도 뛰어나다. 상주곶감 100g에는 당질 45g, 섬유 3.0g, 비타민A 7,483IU, 비타민C 45㎎ 등 유익한 영양소가 풍부하다. 상주곶감은 일찍이 명성이 높아 조선 예종실록 권2 즉위년(1468년) 11월 13일 “지금 곶감의 진상을 상주에 나누어 정하였다”라고 적어 임금 진상품임을 밝혔다. 명품 곶감의 명성은 지금껏 이어진다. 2008년 대한민국 브랜드대상, 2010년 국가브랜드 대상을 받았다. 지난해 상주곶감 생산량은 11,298t 2,998억 원 어치.
현재 상주시에는 남장동과 외남면 소은리 등 두 곳이 상주곶감특구로 지정돼 있다. 특구 1지구인 남장동에서는 상주시 전체 곶감 생산량의 4분의 1을 생산하고 있다. 특구 내 자전거박물관은 한해 10만 명이 관람객이 찾고 있다. 신라고찰 남장사에도 관광객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소은리에는 지난해 문을 연 곶감공원이 있다. 건평 1,198㎡에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을 테마로, 영상관, 감락원, 농산물판매장, 연지내 집 등을 갖췄다. 상주시는 2007년 동화책 ‘호랑이보다 더 무서운 곶감’ 3만여 권을 전국의 도서관과 학교에 배포한 바 있다. 공성면 장동리에는 전국 유일의 감시험장이 있다.
햇살에 곶감 익어가는 느린 풍경
가을 저물거나 겨울로 접어들 무렵 상주를 찾은 사람들은 오래도록 잊을 수 없는 풍경 하나를 담아간다. 곶감에서 우러나와 저절로 깊어지는 맛과 색의 느린 풍경. 상주의 햇살과 바람에 곶감이 익어갈 때 상주는 주황과 담홍빛 사이 어디쯤 가장 아름다운 겨울 색감을 차려입는다. 곶감의 고장 상주가 자전거 도시이자 슬로우 시티이기도 한 것은 참 잘 어울린다.
조중래 외남면장은 “곶감축제는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웰빙·슬로우·로컬 푸드’로 자리 잡은 상주 곶감의 명성을 높이는 알림의 마당이자, 상주 곶감의 맛과 우수성을 확인하는 즐김의 마당이다. 많은 분들이 오셔서 축제의 기쁨으로 한해를 마무리하고 소망으로 새해를 맞이하시기 바란다”고 말했다.
추종호 기자 choo@hankookilbo.com
기사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댓글0